금융당국이 중소기업의 돈가뭄 해소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제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주요 9개 은행장 등과 워크숍을 갖고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액 가운데 올해 만기가 돼 돌아오는 약 160조원 전액에 대해 상환기간을 1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중소기업들은 당분간 대출금 상환압박에서 벗어나게 됐다.

당초 정부는 12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중기 신용보증 확대방안으로서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수출보험공사의 중기 보증 대출에 대해서만 만기를 1년 연장하고 보증 범위도 34조원에서 64조원으로 늘린다고 발표했었다. 그런데 사흘 만에 중기 대출 만기 연장 대상이 일반 대출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시중에는 돈이 넘쳐나지만 정작 중소기업들에게는 돈이 돌지 않아 중기 발(發) 신용경색 위기가 그간 끊임없이 제기됐었다. 보증 대출에 대한 만기 연장만으로는 은행권 전반에 만연된 중기 대출 기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금융당국의 적확한 현실 인식이 이번 합의를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새 경제팀 출범 이후 금융당국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환영한다. 하지만 일정 범위 내의 중기 대출을 정부가 100% 보증하는 등의 파격적인 돈가뭄 해소책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것이다. 행여 중소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더구나 이번 합의의 골자인 대출 전액 만기 연장의 해법은 은행의 대출 심사 자체를 무시하는 것이다. 은행권의 대출 기피가 문제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 배경에는 은행의 대출 심사가 성숙하지 못했던 데도 원인이 있다. 대출 연장이든 정부 보증 대출이든 그 주도권은 은행이 갖는 게 원칙이다.

당장 발등의 불을 꺼야 하는 위기 상황임을 충분히 감안해야겠지만 그와 더불어 은행의 자체 심사능력이 발휘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대출 연장이나 신규 정부 보증 대출이 차질 없이 이뤄지는 것 이상으로 사후적으로라도 은행이 해당 기업의 경영 상황을 수시로 체크하도록 하는 등 보완장치 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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