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누려고 애만 태우는 ‘소양강 사모들’

더 나누려고 애만 태우는 ‘소양강 사모들’ 기사의 사진

춘천 소양성결교회 5인

"예쁜 아줌마, 여기 대추차한 잔 더 주세요."

"나는 율무차 줘요."

점심을 마친 노인들이 따뜻한 차 한 잔을 받고 행복해 한다. 어떤 노인은 페트병을 내밀며 "집에서 마시게 넉넉히 좀 줘요"라고 말한다.

강원 춘천시 석사동 노인종합복지관에는 매주 화요일 노인들에게 커피·유자·대추·율무차 등을 정성스레 대접하는 아줌마 부대가 있다. 이들은 두세 명씩 한 조를 이뤄 차를 나눠 주는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노인들은 이들을 '예쁘고 착한 아줌마'라고 부른다.

이름도, 빛도 없이 묵묵히 사랑을 전하는 예쁜 아줌마들…. 소양성결교회의 천혜경(53·이원호 담임목사 아내) 이한실(41·강문구 부목사 아내) 서종훈(37·신혁진 목사 아내) 김미선(30·오세황 목사 아내) 김학연(31·김민기 전도사 아내) 사모들 얘기다. 이들은 5년째 사역을 펼치고 있지만 주변에서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천 사모는 "굳이 우리의 신분을 밝힐 필요성을 못 느꼈다"며 "지난 연말 '소양교회 사모봉사단'이 춘천시로부터 표창을 받으면서 이름이 알려졌다"고 말했다.

사모들은 한 NGO의 자원봉사자 영상을 보고 봉사활동을 결심했다. 남을 위한 헌신이야말로 그리스도인의 사명임을 깨달은 것이다. 어떤 일을 해볼까 고민하던 차에 교회 인근 지하상가에서 노인과 상인들에게 따뜻한 차를 대접했다. 하지만 상가 내 자판기 관리인의 항의로 쫓겨났다. 이후 사모들은 외로운 노인들이 모이는 복지관 봉사를 선택했다.

사모들은 또 10년째 꽃꽂이 선교를 하며 전도에도 앞장서고 있다. 초창기에는 예쁘게 꽃꽂이한 작품을 기관이나 병원의 직원, 환우들에게 선물했다. 그러나 기관장이나 환자들이 부담스러워해 개인 전도로 방향을 틀었다. 사모들이 꽃을 들고 찾아가 만나는 이들은 대부분 소외된 사람들이다. 우선 그들의 말벗이 되어준 후,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교회에 등록은 해놓고 나오지 않는 성도들도 찾아다녔다.

이 사모는 "약국이나 복덕방, 세탁소, 미용실을 찾아가 꽃을 선물하면서 친분을 쌓은 뒤 신앙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며 "대부분 나를 사모인 줄 모르고 편안한 이웃집 아줌마처럼 대한다"고 털어놨다.

교회 성도들이 사모의 얼굴을 모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원호 목사는 단 한번도 사모와 함께 심방을 가거나 집회 현장에 동행한 적이 없다. 그는 사모들이 여선교회나 기관에서 사역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이 목사는 "목양의 길은 일단 목자가 감당하면 된다. 사모는 남들이 모르게 감당해야 할 또다른 사역이 있다"며 "사모는 남편이 목회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가정을 이끌면서 나름대로 봉사할 분야를 찾으면 된다"고 말했다.

소양교회 사모들은 은밀하게 '봉사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천 사모는 "사모의 정체성을 얘기할 때 정도(正道)란 없는 것 같다"며 "말씀에 충실하면서 이웃을 섬기는 일에도 게을리하지 않으려 노력할 뿐"이라고 밝혔다.

춘천=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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