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窓―이상돈] 동갑내기 다윈과 링컨 기사의 사진

지난 12일은 찰스 다윈 탄생 200주년인 동시에 그의 저서 '종(種)의 기원'이 출판된 지 150년 되는 날이었다. 종의 기원은 종이 분화되는 과정에서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과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이 적용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역 및 환경조건에서 가장 적합한 종이 그 지역의 경쟁에서 우월을 차지하며, 자연 적응, 종간 경쟁, 환경 극복 등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종으로 분화된다는 이론이다.

진화론은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많은 영향을 미쳐, 사람의 마음을 설명하는 진화심리학, 진화경제학, 의학에 응용하는 진화생물학, 진화예술 등으로 발전하고 있다.

다윈은 성경의 생물창조에 회의를 갖고 자연생명체는 환경과 필요에 따라 자연 선택적으로 적응해간다는 신념으로 '인간의 유래'(1871년)를 출간하였다. 이 책을 통해 인간은 유인원에서 진화해 왔다고 주장하였다. 다윈의 진화론이 19세기 유럽 사회에 미친 영향은 엄청났다. 자연에 있어 인류의 지위를 만물의 영장에서 하나의 동물로 격하시켰기 때문이다. 진화론의 위험성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회진화론에서 종족들의 우월성 논쟁을 촉발시켜 히틀러의 인종우월론을 포장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었고, 칼 마르크스의 변증법적 유물론을 정립하는 기초로도 활용되었다.

인간이 지닌 영혼의 세계를 도외시한다면, 사람도 생명체를 만드는 물질적인 기초가 되는 단백질 덩어리에 불과하게 된다. 진화론은 노예제도를 합리화하는 이론적 근거가 되어, 아프리카의 원숭이에서 진화된 흑인은 덜 진화된 미개한 종족이 된다는 이론도 제기될 수 있다. 21세기 다윈의 수제자로 자처하는 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아마도 하나님(God)은 없을 것이다. 걱정 말고 인생을 즐겨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전 세계로부터 추종자를 모으고 있다. 마치 2000여 년 전의 예수 믿는 자들을 핍박한 사울(나중에 바울)을 보는 듯하다. 그가 다마스쿠스에서 예수를 만나 회심한 것처럼 도킨스도 인생의 어느 순간 예수를 만나 회심하게 될는지 누가 알겠는가?

다윈의 진화론은 또한 자본주의의 적절한 이론 배경이 되었다. '무한 경쟁은 자연의 법칙이며 경쟁에서 뒤처지는 존재는 도태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로 자본주의적 사고에 적극 활용됐다. 후대에 제국주의자들에게 식민지이론의 논리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유럽 선진자본주의자들은 아프리카, 아시아의 국가들을 식민지화하는 데 이용했다.

200년 전 2월12일 같은 날에 에이브러햄 링컨이 태어났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보냈음에도, 그의 이름처럼 아브라함의 꿈을 가진 링컨은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으며, 독립선언에 명시된 생존권, 자유, 행복추구권을 흑인도 누려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백악관을 기도실로 만든 대통령' 링컨은 모든 인간은 창조물이며 인간이 피부색깔로 다른 인종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졌다. 링컨의 노예해방이 선언된 1863년 이후 146년 만에 그를 가장 존경하고 그의 발자취를 따라 통합된 미국을 이끌겠다는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였다.

같은 해, 같은 날 태어난 다윈과 링컨이지만 다윈은 하나님의 창조를 부정하고 인간은 원숭이로부터 진화된 산물이라는 결론을 이끌어 낸 반면, 링컨은 모든 생물은 동일하게 창조되었으며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된 인간은 평등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실천하였다. 남과 북으로, 흑인과 백인으로 분열된 미국을 하나로 통합한 링컨이 그래서 나는 좋다.

이상돈 이화여대 교수 환경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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