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의원이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독대(獨對)했다고 뒤늦게 밝혔다. 정 의원의 요청을 이 대통령이 받아들였다는 이 만남의 의미를 두고서 해석이 분분하다. 2시간 동안 정 의원 말처럼 경제 이야기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 의원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항마로 키우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추측, 차기 대선을 향한 정 의원의 입지가 강화되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이 한나라당 최고위원이기도 한 정 의원을 만난 일이 시빗거리는 아니다. 오히려 정 의원과는 쉽게 만나면서 왜 박 전 대표나 야당 대표들과는 진솔한 대화가 없는지 묻고 싶은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나라당 중진 오찬에서 생일을 맞은 박 전 대표를 위해 케이크를 내고 축가를 합창했다. 그러나 행사는 행사일 뿐, 오히려 다음날 양쪽 측근들이 입씨름을 벌이기까지 했다. 이 대통령이 진심으로 박 전 대표를 포용하고 도움을 바란다면 이런 행사보다 독대 형식의 대화를 해야 한다. 그것도 정치 고비 때 필요에 의해 만들기보다는 정례화된 소통이 필요하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공화당 중진 10여명에게 전화를 걸어 협조를 부탁했다. 또 상대가 장난전화로 알고 두 번이나 전화를 끊자 세 번 걸어 통화한 일도 있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주요 법안 표결 때면 전화로 공화당 의원들을 설득했다. 마침 정치적 반대파 신하에게 하루에도 편지 여러 통을 보내며 치열하게 소통한 정조의 어찰도 공개됐다. 영화 '워낭소리' 관람 같은 문화 소통도 좋지만 대통령은 정치적 소통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

이 대통령이 정 의원과 만난 게 '우리는 한 편'이라는 신호여서는 곤란하다. 박 전 대표도 만나고 정세균 민주당 대표도 만나고 이회창 선진당 총재도 만나야 한다. 인사나 나누는 행사성 만남이 아니라 진지하게 의견을 구하고 필요할 때 협조도 구해야 한다. 대통령은 스스로를 한 정파의 지도자로 묶지 말고 지휘자가 오케스트라를 조율하듯 귀를 열고 생생한 소리를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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