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경부고속철도(KTX) 2단계 사업에서 치명적인 하자가 발생했다. 대구∼울산간 90여㎞ 구간에 설치된 15만3000여개의 침목 가운데 332개에서 균열이 발견됐으며, 금이 가지 않은 침목들도 언제 금이 갈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한다. 침목이 갈라진 상태에서 열차가 고속으로 달리면 레일이 휘면서 열차가 탈선해 대형 참사가 빚어질 수 있다.

수조원의 세금이 들어가는 대형국책사업이 이렇게 부실하게 진행된 경위를 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지금까지 궤도분야 시공실적이 전혀 없는 회사가 침목생산업체로 지정됐고, 이 회사는 다른 업체로부터 레일과 침목을 연결하는 매입전(埋入栓)을 납품받았다. 이 매입전이 설계도면과 다르게 만들어진 불량품이었으나 침목생산업체는 이를 검사하지 않았다. 감리를 맡은 ?한국철도기술공사측도 매입전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생각조차 못했다고 한다. 국민의 생명이 걸린 사업인데 곳곳에 허점 투성이다.

일각에서는 조기 개통하기 위해 통상 콘크리트 침목의 경우 28일 이상 양생을 거쳐야 하는데 10일 정도 양생한 뒤 납품한 것이 한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무리한 공기단축 시도가 화를 불렀다는 얘기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콘크리트 침목 균열을 발견한 뒤 한 달이 넘도록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정부가 할 일은 명확하다. 먼저 이미 시공된 15만여개의 콘크리트 침목 전부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모두 걷어내고 재시공해야 한다. 안전한 고속철도를 만드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둘째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려내야 한다. 콘크리트 침목 납품업체 선정 과정에서부터 불량 매입전을 걸러내지 못한 경위, 한국철도시설공단이 국토해양부에 늑장 보고한 이유 등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점들을 명백하게 규명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KTX 수출 계획마저 차질을 빚게 됐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채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될 일이다. 감사원이나 검찰이 나서 책임을 가려 엄중 처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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