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선종] 사제로 이끌고 사제로 만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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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의 스승이었던 김수환 추기경에게도 스승이 있었다. 김 추기경은 생전 자신의 스승으로 서울동성상업학교(소신학교·지금의 동성고) 시절의 안토니오 공베르 신부, 일본 조치(上智)대 유학 시절 만난 테오도르 게페르트 신부, 그리고 장면 전 총리 등 세 명을 꼽으며 "나를 거둬 신부로 길러준 분들의 고마움은 영원히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 출신 공베르 신부는 김 추기경이 동성상업학교 재학 시절 사제직을 두고 고민할 때 격려해준 스승이다. 김 추기경은 당시 자신의 부족함을 곱씹으며 공베르 신부에게 "저 같은 사람은 신부 될 자격이 없습니다"라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공베르 신부는 "신부는 되고 싶다고 되고, 되기 싫다고 안 되는 게 아니다"며 그를 다독거렸다. 김 추기경은 당시에 대해 "공베르 신부님 말씀을 듣고 나니 하느님께서 내 부족한 구석을 메워주실 거라는 믿음이 생겨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고 술회했었다. 1900년 조선에 온 공베르 신부는 선교에 힘쓰다 6·25 당시 납북돼 1950년 11월 옥사했다.

김 추기경은 독일 출신 게페르트 신부에 대해 "학도병에 징집돼 전쟁터로 떠나는 날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해주시던 신부님의 손 떨림을 잊지 못한다"며 "사제의 길을 걷겠다고 결심하는 데 있어 어머니 못지않게 영향을 준 분이 게페르트 신부님"이라고 말했다. 게페르트 신부는 서강대 설립자이자 초대 이사장이다. 김 추기경은 2002년 게페르트 신부 장례 미사를 직접 집전했다.

김 추기경은 장 전 총리에 대해선 "민주주의 역사가 일천한 이 땅에 그 뿌리를 내리느라 애면글면하셨다"며 "사도 정치인"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장 전 총리는 동성상업학교 교장으로 재직할 당시 김 추기경이 시험 때 일제 황국식민화 정책을 비판하는 답안지를 내자 야단을 치며 빰을 때리기도 했다. 김 추기경은 "학교를 폐교 위기로까지 몰아갈 위험천만한 내 행동을 꾸짖는 자리에서 또박또박 말대꾸를 했으니 맞을 만도 했다"며 "장 박사님이 교직에 계시는 동안 유일하게 손찌검을 한 학생이 나 아닐까 싶다"고 추억했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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