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새벽부터 김수환 추기경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 명동성당에는 추모의 물결이 끝없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명동성당 안뜰부터 퇴계로까지 줄을 서서 3∼4시간 기다렸다.

◇끝없는 추모 행렬=추위에도 아랑곳없는 조문 행렬은 자정이 돼 빈소가 문을 닫을 때까지 줄어들지 않았다. 오전까지만 해도 200여m였던 행렬의 길이는 오후 들어 계성여고를 지나 퇴계로까지 이어졌다. 교복 차림으로 아침 일찍 성당을 찾은 명민주(17)양은 "학교 가기 전에 들렀다 가려고 성당을 찾았다"며 "늘 사랑하며 살라시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3∼4시간 줄을 서야 했지만 불평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유리관에 안치된 김 추기경의 평안한 얼굴을 보고 작은 위로를 받는 듯했다. 인천에서 왔다는 김원주(44·여)씨는 "오래 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슬픔보다는 세상에 안 계신다는 허전함이 크다"며 "하느님 나라에서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각계 인사 조문=오후 3시쯤 빈소를 찾은 이명박 대통령은 정진석 추기경의 안내를 받아 유리관 앞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묵념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정 추기경과 15분간 면담하면서 "지난해 성탄절에 뵐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때는 말씀도 나누시고 하셨는데"라며 아쉬움을 표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정치인, 종교인, 경제인들의 조문도 끊이지 않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희호 여사, 박지원 민주당 의원과 함께 방문했다. 김 전 대통령은 "김 추기경은 독재 치하에 신음하는 국민을 위해 광야의 소리 같은 말씀을 많이 하셨다"고 말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83년 23일 동안 단식할 당시 김 추기경의 방문을 회고하면서 "나이는 비록 DJ보다 젊지만 먼저 대통령 하는 게 낫다는 말도 했었다"고 털어놨다. 서울대교구측은 교황의 특사인 인도의 이반디아스 추기경을 단장으로 한 교황청 조문단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희태 한나라당·정세균 민주당 대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등 정치권 인사들도 조문행렬에 동참했다. 캐서린 스티븐스 주한 미 대사 등 외교사절들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엄신형 대표회장, 이성택 원불교 교정원장, 불교방송 재단이사장인 영담 스님 등 종교계 인사들의 조문도 줄을 이었다.

◇검소한 장례 미사=천주교 서울대교구측은 장례 미사를 진행하며 화환과 부의금을 받지 않았다. 평소 김 추기경은 소박한 장례를 당부했다. 허영엽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은 "김 추기경이 병상에서도 장례를 간소하게 하라고 신신당부했다"며 "이 대통령의 화환을 돌려보낸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례 미사도 미사 끝에 추기경을 위한 몇 가지 의식이 더해지는 것 말고는 일반 신자 미사와 똑같이 진행된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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