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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상온] 남자와 늑대와 양


"남자는 다 늑대란다." 데이트하러 나가는 딸에게 엄마가 늘 하는 경고. 그러나 더 이상 엄마들이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요즘 일본에서는 육식동물처럼 공격적이지 않고 양처럼 온순한 '초식계(草食系)' 젊은 남성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속도감이나 힘 등 남자다움에 얽매이지 않고 이성을 만나더라도 쉽사리 '선'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이제껏 남성성(男性性)의 징표 중 하나로 꼽혀온 주도적 혹은 공격적 성역할의 포기라고나 할까.

사실 추세의 변화에 따라 여성의 활동영역이 대폭 확대돼 남성을 위협할 정도까지 이르렀다는 것은 이미 구문(舊聞). 최근에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직장인 가운데 여성이 남성의 수를 앞지르게 됐다는 보도(뉴욕 타임스)도 나왔다. 비록 여성 취업자 수가 늘었다기보다 경제 불황 여파로 남성 실직자 수가 많았기 때문이라고는 해도 밖에서 일하는 여성이 남성보다 많아진다는 건 불과 얼마 전까지 상상도 못했던 일.

그러나 이 같은 여성의 활발한 사회 진출보다 더 주목할 만한 건 아예 남성과 여성의 '체질' 자체가 바뀌고 있는 게 아니냐는 점이다. 전통적 동양사상에 따르면 남자는 양(陽), 곧 강(剛)이고 여자는 음(陰), 곧 유(柔)였지만 이제는 강한 여자, 유한 남자로 변환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심지어 남자를 꽃으로 비유한다.

실제로 주위를 돌아보라. 우선 연예계. 쾌남, 호남 등으로 통칭되는 '남자다운 남자' '터프 가이'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오히려 '마초'스타일을 대변하는 어떤 남자배우는 바로 그 마초성(性)으로 인해 놀림감으로 전락했다. 대신 '예쁜 남자'들이 판친다. '꽃남'이다. 그것도 터프함과는 거리가 먼 부드럽고 온화한 '훈남'.

이런 현상은 연예계뿐만이 아니다. 일반인들도 여성용 화장품으로 화장하는 남자들과, 반면 체육관에서 보디빌딩을 하는 여자들이 많아지고 덤벨 바벨 등을 구매하는 고객 중 여성 비율이 더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단순한 일시적 트렌드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성(性)이 진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들아, 조심해라. 여자들은 다 늑대란다"라고 걱정하는 아버지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들리는 듯하다.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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