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포럼―오종남] 속담 되새겨보기 기사의 사진

그동안 행복에 초점을 맞추어 여의도 포럼 칼럼을 썼습니다. 이번 마지막 회에는 익숙한 속담들을 이 시대에 맞게 되새겨봄으로써 생활의 지혜를 얻고자 합니다.

'시작이 반이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엄두조차 못내고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참 좋은 속담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많이 복잡해져서 무작정 시작만 한다고 일이 풀리지 않습니다.

영어에도 이와 비슷한 속담이 있습니다. 'Well begun is half done.' 무작정 시작만 한다고 반이 되는 것이 아니고 사전에 준비하고 계획을 세워 시작하게 되면 반이 성사된 거나 마찬가지라는 뚯입니다. 무슨 일을 할 때 무턱대고 저지를 게 아니라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는 지혜가 요구됩니다.

다음은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 잡아먹는다'는 속담입니다. 이 또한 예전에는 유효했습니다. 하지만 요즈음엔 지혜로운 새, 스마트한 새가 벌레를 잡아먹습니다. 부지런한 것만이 능사가 아니고 머리를 써서 지혜로운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제가 2007년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동아시아 정치경제'라는 과목을 첫 시간에 강의했습니다. 늦게 잠자리에 드는 대학생들이라 아침 첫 시간에 수업 들으러 오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일단 일찍 일어나는 새라고 칭찬을 해준 다음 그렇지만 더 중요한 것은 스마트한 새가 되는 것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대학을 다니는 목적은 스마트해지기 위한 것이라고.

다음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속담입니다. 작년 봄학기부터 저는 서울대학에서 신입생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재수해서 입학한 학생들에게 1년 동안 가장 많이 들은 충고가 무엇인가 물었더니 바로 이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겁니다. 좋은 말입니다. 처음 입시 실패의 원인을 잘 분석해서 재수하는 동안 잘 준비했기에 합격할 수 있었겠지요.

그런데 성공한 그들에게 저는 '성공은 실패의 아버지'라는 그 뒷부분을 말해줍니다.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 미만이던 1962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해서 1995년 1만 달러 고지를 넘어설 정도로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많은 외신들이 한국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고 할 정도로 이 성공에 취해서 3년이 채 못 가 외환위기라는 실패를 경험하게 됩니다.

서울대 신입생들에게 제가 가장 먼저 강조하는 말이 성공에 취하는 순간이 곧 실패의 씨앗이 싹트는 시점이라는 것입니다. 원교근공이라는 손자병법의 계략도 있습니다. 춘추전국시대 범저라는 사람이 진나라 소양왕에게 진언한 책략으로 일단 먼나라와 친교를 맺고 가까운 나라를 공략하는 방책을 말합니다. 신라가 당나라와 손잡고 고구려를 무너뜨린 것도 어쩌면 원교근공책의 하나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한데 지금은 춘추전국시대가 아닙니다. 이웃나라와 협력과 교역을 통해 공동 번영을 꾀해야 할 때입니다. 그런데도 오늘날 청소년들은 대학입시에 고교 내신성적을 반영하는 제도로 인해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친구와 협력은 없고 경쟁만 강조하는 교육을 받고 자랍니다. 오늘날은 경쟁도 물론 해야 하지만 동시에 협력을 통해 더불어 상생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논어'에 섭공이라는 사람이 공자에게 정치의 근본을 묻습니다. 자고 나면 백성들이 자꾸 줄어 드는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 공자의 답은 간단합니다. 근자열원자래(近者說遠者來). 가까운 사람을 기쁘게 하면 먼 데 사람이 오는 법. 요즈음 지방자치제도로 시장, 군수도 선거로 뽑습니다. 자기 시민을 기쁘게 하고 기업하기 좋게 하면 다른 지역의 시민과 기업이 몰려 오지 않을까요? 우리 모두 먼 데 신경 쓰기에 앞서 내 가족, 내 동료, 내 주변 사람부터 먼저 기쁘게 하도록 노력합시다.

오종남(서울대 교수·전 IMF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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