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큰 그림을 내놨다. 정부는 자산관리공사에 구조조정기금을 조성해 은행 등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부실채권을 사들여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한편 개별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채권단이 중심이 되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현 단계에서 기업구조조정의 시급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기업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당장 해당 기업의 일자리가 감소해 일자리 유지·창출대책과 상충되는 측면도 있으나 구조조정을 늦추면 경쟁력을 잃은 한계기업의 존속 때문에 정상적인 기업조차 공멸의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대한상의가 어제 발표한 ‘기업 자금시장 불안원인과 개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낮춰졌지만 기업들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인 회사채 금리는 오히려 올라가고 있다. 기업의 자금사정이 되레 악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보고서는 신속한 구조조정을 첫번째 대안으로 꼽았다.

문제는 구조조정의 주체다. 정부는 법·제도적 보완 등에 초점을 맞추겠다며 시종 소극적인 역할을 강조한다. 그렇지만 이번에 내놓은 대책, 즉 구조조정기금 조성은 일부 민간자금이 참여하는 구조조정펀드도 거론되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정부 보증채권을 통해 자산관리공사 자본금을 확충하는 형식이다.

정부 보증채권이란 손실이 발생할 경우 결국 국민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좀더 적극적으로 공적자금을 조성해 대처하는 게 맞다. 더구나 기업구조조정은 드러나지 않았던 금융기관의 부실이 노출되는 것인 만큼 바로 그런 금융기관들이 채권단의 일원으로서 구조조정을 수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우리 경제가 10년 전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 역시 신속한 대응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대책은 느슨하다. 지난 외환위기를 연상시키는 공적자금의 부정적 이미지만을 감안해 정부가 기피하는 것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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