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수첩] 실망만 컸던 스타 마케팅 공연 기사의 사진

화려한 포장의 선물을 받았는데 정작 내용물이 별로일 때 받는 실망감. 스타를 내세워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일부 공연에 대한 느낌이다.

최근 연극 '밑바닥에서'를 공연 중인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을 찾았다. 공연장 입구에는 김수로와 엄기준의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고, 젊은 여성팬들은 그 앞에서 사진 찍기에 열중했다. 연극 안내 전단에도 역시 두 사람의 사진이 가득하다. 두 사람의 활약상을 기대하고 공연장을 찾은 관객은 연극 시작과 함께 고개를 갸웃거린다. 등장하는 빈도와 역할 모두 주연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창시자 막심 고리키의 작품인 '밑바닥에서'는 도둑, 사기꾼, 알코올 중독자 등 다양한 밑바닥 인생의 삶을 그린다. 때문에 두 사람의 연기를 기대하고 시선을 고정하면 연극이 주는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데 문제가 생긴다.

기획사의 스타마케팅이 연극을 제대로 못 보게 훼방을 놓는 셈이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김수로 엄기준이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낚였다"고 투덜거리는 관객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뮤지컬 스타 조정석과 양준모의 첫 연극 외출로 관심을 받은 '아일랜드'는 배우들의 설익은 연기로 인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대사 전달이 제대로 안 됐고, 발음이 씹히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첫 도전이기에 부담도 컸고 열심히 준비를 했다고 하지만 뮤지컬 스타의 이름값을 믿고 극장을 찾은 관객의 기대를 완전히 충족시키기엔 부족해 보였다.

스타마케팅은 양날의 칼이다. 스타가 관객을 부르고 좋은 공연으로 만족시킨다면 그야말로 '윈윈'이다. 우려되는 것은 반대 상황이다. 스타의 인기와 공연 기획사의 한탕주의가 잘못 만나면 공연계에 독이 될 것은 뻔하다.

창작 뮤지컬을 준비 중인 한 연출가는 "스타의 티켓파워는 열악한 국내 공연계에서 뿌리치기 어려운 매력적인 요소"라면서 "솔직히 준비가 안 된 스타라도 쓰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김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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