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으로 드러낸 인간 내면 울림 ‘소마미술관 감성적 드로잉전’ 기사의 사진

"느낌의 갑작스런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감정'(emotions)은 때로 사회생활의 불편을 초래한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사실 상황은 정반대이다. '감정에 관한 이론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사르트르가 언급했듯이 감정은 인간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선택하는 활발한 '대응기제'일 뿐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객관적인 현실을 변화시킴으로써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없을 때 우리는 대신 우리 자신의 존재상황을 변화시킴으로써(즉, 감정적으로 변하며) 세계를 변화시킨다."(호사카 겐지로 도쿄국립근대미술관 큐레이터)

불안이든 변덕이든 합리적인 환경적응이든, 존재의 실존을 드러내는 감정과 내면의 울림. 이를 '드로잉' 작업을 통해 집중적으로 구현해보는 전시회가 한·일 미술계의 협력으로 열려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안에 위치한 소마미술관에 가면 4월19일까지 아시아와 중동권 작가들의 현대 드로잉을 조명하는 'Emotional Drawing'(감성적 드로잉)전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전시회는 본래 일본 도쿄국립근대미술관에서 기획된 것으로, 지난해 도쿄국립근대미술관과 쿄토국립근대미술관 전시를 거쳐 한국에 상륙하게 됐다. 일본 현대미술의 중심축 중 하나인 도쿄 롯본기 모리아트센터에서 전광영 작가의 개인전이 대규모로 열리고 있다는 정황과 맞물려 한일 간 미술 교류의 점진적 진보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전시회에는 양국을 포함해 인도 필리핀 이집트 이란 파키스탄 태국 말레이시아 등의 작가 18명이 참여해 다양한 문화가 교차하는 개성적 드로잉의 세계를 보여준다. 작가 개인의 내면, 그 속에 녹아 있는 문화적 요소, 나아가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까지 섬세하게, 때로는 날것 그대로의 거칠고 자유분방한 방식으로 드러내고 있다. 선을 긋는 행위인 드로잉이 문득 떠오른 생각, 순간 스쳐가는 느낌들을 신속하게 잡아내는데 가장 효과적이고 기본적인 수단임은 물론이다. 더욱이 표현 방식과 기법의 무한한 가능성으로 인해 갈수록 많은 예술가가 드로잉을 단순히 예비적 스케치로서가 아니라 독립적인 표현매체로써 주목하고 있다.

일본의 이케무라 레이코는 종이 위에 파스텔로 작업한 '나무 사랑' 시리즈를 통해 인체 요소를 사물과 접합시키고 있다. 사람과 자연의 깊고 고요한 교감으로 읽힌다. 이란 출신 아비쉬 케브레자데는 스크린 위에 나타나는 드로잉이 계속해서 형태를 바꿔나가는 다소 복잡한 구조의 비디오 애니메이션을 보여준다. 우리 작가 김정욱의 작품은 먹으로 채워진 동공 없는 눈을 통해 블랙홀처럼 감상자를 빨아들인다. 감정의 무화(無化)가 아득한 공포를 일으킨다(02-425-1077).

김호경 기자 hkkim@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