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성기철] 지역편중 인사의 악순환 기사의 사진

김대중 정부가 출범 1주년을 향해 달리던 1999년 1월 중순. 청와대를 출입하던 필자는 호남 편중 인사에 관한 기사를 썼다. 장차관 등 대통령이 직접 관리하는 고위직의 경우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중하위직 공무원 인사에선 호남 편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를 접한 청와대 당국자들은 불쾌감 표시와 함께 사실 자체를 강력 부인했다. 호남 편중이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호남 편중은 극심해졌다. 정권 말기에는 편중 인사가 김대중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되기도 했다.

지역 편중 인사의 원조는 누가 뭐래도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으로 이어진 30년 군사정권이다. 당시에는 대구·경북(TK) 출신이 아니면 요직에 기용되기 힘든 구조가 고착화돼 있었다. 핵심 권력기관장 자리에 호남 출신이 앉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시절이었다.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TK 독식 구조는 깨졌다. 김영삼 정부 초기 검찰청을 출입하던 필자는 그런 분위기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TK를 겨냥한 사정 수사가 진행되면서 부산·경남(PK) 출신이 득세하는가 하면 호남, 충청 출신도 덩달아 주요 보직을 맡는 모습이었다. 지역 편중 인사는 이렇게 막을 내리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에 충분했다.

웬걸.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이제는 PK 편중 현상이 나타나는 게 아닌가. 특정 고교 출신이 득세하는 것도 군사정권 때와 닮은꼴이었다. 내각에 호남 출신이 한 명도 없을 때도 있었다. 지역균형 인사는 안중에도 없는 듯했고 영남 편중, PK 편중이 공공연하게 이뤄졌다. 김대중 정부를 이어받은 노무현 정부에선 그나마 지역 편중 논란이 많지 않았다. PK와 호남이 다소 강세를 보이면서 영호남은 비교적 균형을 이뤘다.

출범 1주년을 맞은 이명박 정부는 어떤가. 한마디로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다. 출범 초입부터 '고소영 정권'이란 소릴 듣더니 1년 만에 영남 독식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장차관과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주요 공공기관장·감사의 45%가 영남 출신이다. 그 중에서도 TK 출신의 득세가 두드러진다. 주요 사정기관장은 싹쓸이하다시피 영남 출신이다. 호남 출신은 13.9%에 불과하다.

청와대 인사비서관실 직원의 80%가 영남 출신이고, 호남 출신은 한 명도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추세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김영삼 김대중 정부 초기보다 편중이 더 심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군사정권 시절을 보는 것 같다. 경북 포항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했지만 대학을 서울에서 다니고, 정치적 기반 역시 서울인 이명박 대통령이 왜 이토록 편협하게 인사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특정 지역 편중 인사는 독선적 국정 운영을 부를 가능성이 있다. 끼리끼리 문화를 조성함으로써 공직사회에 균열이 일어나는 부작용이 생겨날 수 있다. 영남 출신 공무원들은 힘이 날지 모르겠지만 소외 지역 공무원들은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국민 통합은 물건너가고 만다. 아무리 소통을 얘기해본들 소용이 없다.

이명박 정부의 영남 편중 인사는 중앙인사위원회 폐지에서 비롯된 측면이 없지 않다. 청와대의 일방 독주에 제동을 걸 기관이 없으니 편중될 수밖에. 행정안전부로서는 역부족이다. 차제에 독립성을 갖춘 중앙인사위원회 부활을 검토해보면 어떨까.

성기철 편집부국장 kcs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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