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성취도 평가에서 허점이 드러나자 우려했던 상황이 가시화되고 있다. 전교조 서울지부와 일부 학부모들이 조직적인 일제고사 반대 운동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다음달 10일로 예정된 전국 초4∼중3 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력 진단평가를 거부하기로 했다. 그 대신 체험학습을 떠난다며 참가자 모집을 시작했다. 서울지부는 학교장에게 일제고사를 대체할 수 있는 수업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지부는 이와 함께 학부모들에게 일제고사의 문제점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서울지부는 지부장 명의로 각 학교 분회에 보낸 공문에서 소속 조합원이 학부모일 경우 자녀들의 체험학습을 적극적으로 신청하라고 촉구했다. 전교조는 지난해 학업성취도 평가를 반대하다 소속 교사들이 중징계받는 등 진통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태도를 고집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조작된 임실의 기적'으로 대표되는 학업성취도 평가의 문제점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이 같은 움직임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그런 만큼 교육 당국은 학력 평가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험 감독, 채점, 보고 등 단계별 보완책을 우선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학교간 교차 감독제나 학부모 참여 감독제는 물론 학교별 채점과 보고에 대한 검증 절차 도입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학력평가 결과를 교원평가제와 연계시키게 될 상황에서 감독 당국인 교육청의 잘못된 풍토도 획기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전북도교육청이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허위 보고한 임실교육청 실무 책임자를 장수 지역 모 중학교 교장으로 발령낸 게 그 예다. 이에 대해 전북 지역에서는 학부모를 무시한 처사라며 여론이 들끓고 있다.

교육 당국이 제도의 허점을 메울 대책을 수립하기도 전에 다음달 학력 진단평가를 강행하겠다는 의욕만 앞세우는 건 잘못이다. 이는 교육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다. 그렇지만 전교조가 이번 기회에 학력평가 반대를 밀어붙이겠다는 생각은 어리석다. 교육 경쟁력 제고는 국가의 미래를 위한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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