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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박동수] 조세 피난처


글로벌 경제위기의 불똥이 '조세피난처(tax haven)'에도 튀고 있다. 전세계가 경제위기에 대응하면서 조세피난처에 대한 비판과 공세 수위를 한껏 높이고 있는 탓이다. 최근 미국이 비밀계좌의 자국민정보 공개를 위해 스위스 UBS 은행에 소송을 건 것이나 유럽 주요국이 오는 4월의 G20정상회의 주의제로 조세피난처 문제를 올린 것은 단적인 예다.

조세피난처는 지구촌의 오랜 골칫거리다. 이 곳은 각종 세금부담이 전혀 없는 '세금 낙원(tax paradise)', 국외소득이 면제되는 '세금 피난처(tax shelter)', 특정 법인세나 사업소득만 면세되는 '세금 휴양소(tax resort)'로 분류된다. 조세피난처는 엄격한 금융비밀보호법을 유지하며 회사설립, 외국환 업무에 대한 규제도 거의 없다. 때문에 특정 기업이 '유령회사'를 세워 돈세탁하거나 본국의 세금 징수를 피하려 즐겨 이용해왔다. 일례로 케이먼 군도의 한 빌딩엔 서류상으로 1만2000개 기업이 입주해있다.

이를 처음 문제삼은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지난 1996년 G7정상회담에서 조세피난처가 불법자금의 온상이 되고 있다며 규제를 주장했다. 다음해엔 OECD가 '유해조세경쟁포럼'을 결성했고 2000년에는 35개 조세피난처 명단이 발표됐다. 지금은 38개국으로 늘어났다. 명단을 보면 대부분 섬나라이거나 이름도 잘 알 수 없는 군소 국가들이다.

OECD는 그동안 조세피난처 국가들과 막후협상을 벌여왔다. 하지만 일부 국가의 비협조로 지지부진했다. 게다가 조세피난처는 아니지만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가 감세정책을 지속해 OECD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때문에 "수요가 있는 이상 지구상에서 조세피난처를 근절시키기는 어려운 일"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국제사회에 팽배했다.

우리나라도 조세피난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 왔다. IMF 외환위기 이후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불법외환거래가 성행했고 2001∼2002년 피크를 이뤘다. 그 후 단속 강화로 수그러들었지만 일부 국내·외국 기업의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세금회피나 돈세탁 행위는 여전하다. 이 문제는 한 나라나 지역만의 노력으론 해결이 어렵다. 전지구적 공조만이 해결을 가능케 한다. 그래서 지금의 글로벌 경제위기는 오히려 절호의 찬스가 아닌가 싶다.

박동수 논설위원 d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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