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에 배순훈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임명돼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김윤수 관장이 해임된 이래 100일 동안이나 장고를 거듭하더니 비전문 외부인사가 차지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인사권을 가진 문화체육관광부로선 파격이고, 배 관장 스스로는 모험이다.

배 관장은 잘 알려진 대로 대우전자 회장 출신으로, 김대중 정부에서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냈고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장을 맡았으며 직전까지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부총장으로 있었다. 경력에서 보듯 양지 바른 엔지니어의 길을 걸어왔다.

이 때문에 배 관장에 대한 시선은 우려와 기대로 엇갈린다. 걱정하는 쪽은 생소한 경력에서 나온다. 가족 가운데 화가와 건축가가 있다고 하지만 미술관 일은 처음이다. 문화부 대변인은 “전 구겐하임미술관관장 크렌스처럼 CEO형 관장이 미술관 운영을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지만 재단이 운영하는 미국의 사립미술관과 한국의 국립미술관을 같은 선상에 놓는 것은 난센스다.

일부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장의 경우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상징성이 있는데도 미술애호가 수준의 인사가 맡는다는 것은 국제적인 수치라고 지적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 LG상사 대표를 지낸 신홍순씨가 예술의전당 사장을 맡았듯이 CEO 출신들이 문화계 기관장을 잇달아 차지함으로써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비판도 있다.

그렇다고 배 관장이 노후를 즐기기 위해 10대 1 경쟁이라는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국장급 자리에 지원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나름대로 미술계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었다면 두 가지 짐을 기꺼이 져야 한다.

먼저 국군 기무사 부지에 조성되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립을 책임있게 추진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김윤수 전 관장의 해임 이후 찢어진 미술계의 화합을 도모하는 일이다. 이 과제를 수행하는 자세에 따라 그의 탱크주의가 미술계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평가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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