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신경림 (16) 억척스런 3교회 섬김… 밀려드는 피로·불안

[역경의 열매] 신경림 (16) 억척스런 3교회 섬김… 밀려드는 피로·불안 기사의 사진

내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비결이라곤 두 가지뿐이었다. 하나는 내가 한국인 목사라는 것. 나는 '한국인 목사들은 목회를 직업으로 생각하지 않고 목숨으로 생각한다'고 말해주었다. 또 하나는 교인들과 나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기로 약속한 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미국 교회를 맡고 나서 정말 힘들었다. 내가 미국인들을 상대로 목회할 준비가 안 됐다고 생각했다. 설교 준비하는 데도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 모든 것을 영어로 준비해야 하니 보통 일이 아니었다.

우리 남편 교회 성도들은 사모인 나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있었으니 그 역할도 감당해야 했다. 내가 맡은 교회가 작지만 2개였다. 예배를 마치면 부리나케 남편 교회로 달려가서 성가대 연습을 시켰다. 또 저녁에는 성도들을 집으로 초대해 저녁을 대접했다.

나는 3개 교회를 섬기는 셈이었다. 그렇게 하다보니 지쳐 쓰러질 것만 같았다. 열심히 했지만 꼭 좋은 소리만 듣는 것은 아니었다. 영적으로 완전히 소진됐다.

'이러다 죽겠구나.'

영적 충전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다행히 1년 전 신청했던 '스피리철 포메이션 아카데미'가 바로 이때 다가왔다.

스피리철 포메이션 아카데미는 감리교단에서 운영하는 영성 수련 과정이다. 나는 헐레벌떡 짐을 싸서 아카데미로 갔다.

아카데미에 가니 1시간 동안 혼자 있으라고 했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침묵 상태에서 1시간을 있으라고 했다. 나는 위스콘신 주의 큰 호수 언덕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무것도 안 하며 가만히 있어 본 적이 없는 나는 몹시 불안했다.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데 한 15분 지나니까 눈물이 쏟아졌다. 살면서 힘들었던 일들이 한꺼번에 복받쳤다. 하염없이 울었다. 나는 그동안 뭐든지 죽어라고 했다. 어떻게 보면 악으로 버텼던 것 같았다. 눈물이 홍수를 이루는데 호수 위로 예수님의 형상이 나타났다.

다른 때 같으면 꿈이냐 생시냐 요란했을 텐데, 너무 지친 나머지 형상을 보고도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더 울었는데, 예수님은 계속 그 자리에 계셨다. 그냥 바라만 보셨다. 갑자기 궁금해져 고개를 들어보니 예수님도 울고 계시는 것이었다.

"예수님이 나를 위해 울고 계시는구나. 내가 예수님이 울어주는 그런 사람이구나!"

가슴으로 감동이 밀려들었다. 나는 예수님이랑 한동안 같이 울었다. 만약 내가 그때 예수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정말 죽었을지도 모르겠다. 앞에 가는 트럭을 들이받으려고 했을 정도였으니까.

그날 밤 침묵 시간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은 목사, 좋은 사모, 좋은 한국 여자가 아니라는 비난을 받기 싫어 살림도 죽어라고 하고, 남편 교회에도 최선을 다하고, 아이들도 행여 삐딱하게 나갈까 봐 노심초사하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했는데도 좋은 소리를 못 들었다. 그리고 내가 미국 사람이 아닌 이상 아무리 설교를 잘하고 목회를 잘한다 해도 미국 사람이 아니니 늘 미국 목사들만 못할 것 같아 전전긍긍했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어디서든 '나는 충분하지 못하구나(I'm not good enough)'라는 생각이 나를 이렇게 눌러왔구나. 그런데 그 두 가지 모두 내 잘못은 아니다.

정리=이경선 기자 boky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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