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자가 과거에 장기 기증 의사를 밝혔을 경우 유족 동의 절차를 생략하거나 간소화하는 방안을 보건복지가족부가 추진 중이라고 한다.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우리 현실은 뇌사 장기 기증자가 100만명 당 3.1명꼴로 현저히 낮다. 이로 인해 매년 늘어나는 장기 이식 대기자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복지부는 이에 따라 각계 의견을 수렴해 5월 중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마련한다는 소식이다.

뇌사자 장기 이식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은 2000년 장기이식법이 제정된 뒤 꾸준히 제기됐다. 음성적인 장기 거래를 막기 위해 장기 이식 절차를 일일이 통제함으로써 장기 이식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뇌사판정위원회를 폐지하거나 간소화하고, 뇌사자 유족이 장기 기증을 원하면 유족 중 2명의 동의를 받도록 돼 있는 것을 1명으로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뇌사자 장기 이식을 둘러싼 정서적인 거부감이 관건이다.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가 하루 아침에 변하기는 어렵다. 장기 기증은 다양한 사회 구성원의 합의가 전제되지 않은 채 제도만 바꾼다고 해서 잘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따라서 이 같은 정서를 바꾸기 위한 지속적인 여론 환기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뇌사 판정 절차를 간소화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막는 데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이식할 장기 공급을 늘리는 데 치중하는 과정에서 자칫 논란이 생길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뇌사판정위원회의 경우 현 단계에서는 없애기보다는 위원회 구성을 간소화하는 게 낫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 뇌사 장기 기증자 수가 2000년 52명, 2003년 68명, 2006년 141명, 2008년 256명에 불과한 사실을 곰곰이 되새겨 봐야 한다. 뇌사 장기 기증자가 아직도 백 명 단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장기 기증에 대한 거부감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장기 기증 관련 제도를 점진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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