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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가와 쇼이치 일본 재무·금융상이 술 취해 국제회의에서 추태를 부린 것을 보고 한나라당 생각을 안 할 수 없다. 폭탄주는 골프 해외여행과 함께 한나라당의 3종신기(神技)가 아니던가. 그런데 야당 시절 경비원 폭행(김태환) 맥주병 투척(곽성문) 룸살롱 막말(주성영) 여기자 성추행(최연희) 등 주화(酒禍)가 끊이지 않은 한나라당이 지난 1년 동안은 이렇다 할 사고를 내지 않았다. 여당이 됐으니 더 호기를 부릴 만한데 신기한 일이다. 폭탄주 원조라는 박희태씨가 당 대표인 것을 감안하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한나라당의 음주 운행을 막은 것은 촛불이 아닐까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작년 18대 총선 다음날인 4월10일 한나라당 선거 관계자들을 초청해 폭탄주를 직접 만들어 돌렸다. 언론인 조갑제씨는 "공직사회에서 금지시켜야 할 폭탄주를 청와대에서, 그것도 기독교 장로가 대통령으로 있는 청와대에서 돌렸다니 국가기강이 위에서부터 한참 풀렸다"고 나무랐다.

이 대통령은 미국 방문 후인 같은 달 22일 한나라당 당선자들을 부부동반으로 만찬에 초청했다. 당선자들은 대통령과 폭탄주 러브샷을 하려고 줄을 섰다. 정부 여당의 폭탄주 이야기는 이걸로 끝이다. 촛불시위가 번지기 시작한 4월 말 이후는 소문내며 폭탄주를 마실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런데 폭탄주를 마셔야만 취하는 게 아닌 모양이다. 한나라당이 며칠 전 국정핵심과제 특위를 만든다며 '꽃보다 경제'라는 홍보물을 내놓았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주인공 'F(flower)4'를 흉내 내 위원장들을 'H(hannara)4'라고 이름 붙였다. '구몽표'(정몽준)는 구준표, '허지후'(허태열)는 윤지후, '소이공'(공성진)은 소이정, '안경빈'(안경률)은 송우빈이란다. 여주인공 금잔디는 '금순디'(박순자)가 맡았다. 개그 콘서트도 아니고.

홈페이지에 오른 합성사진도 어설퍼서 영화 '혹성탈출'을 연상케 하니 차라리 'M(monkey)4'가 어울린다. 압권은 '구몽표'다. 사람을 재벌과 서민으로 차별하는 드라마 속 구준표와 현실의 재벌 정치인을 짝지워 놓았다. 대권을 노리는 정몽준 의원의 꼬리표가 되지 않을지 모르겠다. 시인 조지훈은 주도(酒道)에 18단계가 있다고 했는데 술이 없어도 술 취한 짓을 하는 무주(無酒)를 빠뜨린 것 같다.

문일 논설위원 norw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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