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신경림 (17) 위로 체험후 안정… 남편 진로 안갯속

[역경의 열매] 신경림 (17) 위로 체험후 안정… 남편 진로 안갯속 기사의 사진

계속 생각했다. 그리고 예수님의 위로를 떠올렸다. 깨달음이 왔다.

'나는 주님의 딸이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좋은 한국 사람이 되려고 애쓸 필요도, 미국인들에게 받아들여지려고 발버둥칠 필요도 없다. 더 이상 사람들한테 인정받으려 애쓸 필요가 없다.'

예수님이 나를 위해 울어준 사건은 내 관점과 인생에 대한 태도를 완전히 바꿔놨다. 완벽주의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고, 이른바 착한 여자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됐다.

'이제 충분해(It's enough)!'

나는 나중에 나 같은 슈퍼우먼 콤플렉스, 착한 여자 콤플렉스로 고통받는 한국 여성들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 박사 논문 제목을 '수치감으로부터의 해방'으로 달았다. 나는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이제 신이 나고 교회에 나가는 것이 정말 좋았다.

그런데 남편은 어딘지 행복한 모습이 아니었다. 위스콘신 주 케노샤에서 한인 목회를 아무리 열심히 해봐야 도시 전체 한인이 97명이니 교회가 최대한으로 성장해봐야 97명뿐이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들었을지 모르겠다. 도전이 없으니 설렘과 성취감도 느끼지 못한 게 아니었을까.

그러던 차에 내가 정회원 심사를 받고 합격이 돼 감독님과 1박2일 수련회에 참가하게 됐다.

미국 연합감리교회에서는 준회원으로 목사 안수를 받고 2년 후 심사를 해서 정회원으로 승격하는 제도가 있다. 저녁식사를 하며 감독님에게 말씀드렸다. 남편이 한창 나이인데 케노샤에서는 별 도전이 없어 답답해 하는 것 같다고. 더 많이 일할 수 있는 곳으로 옮겨주실 수 없겠느냐고. 감독님은 위스콘신 연회에는 사실 그럴 만한 교회가 없다고 했다. 주 전체에 한국교회라곤 3개 밖에 없었으니…. 오하이오 주에서 위스콘신으로 오게 된 것은 오하이오 감독님이 다른 연회 감독님들에게 자리를 알아봐줘 가능했던 것이 생각나 다른 연회에 알아봐주실 수 없겠느냐고 감독님에게 여쭤봤다. 감독님은 알았다고 하더니 잠시 후 혹시 내가 아는 교회가 있느냐고 거꾸로 질문을 던졌다.

마침 우리는 워싱턴의 한 교회에 자리가 난다는 소문을 들은 터였다.

남편은 선배들을 통해 그곳에 가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선배 목사님들은 남편이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거절하셨다. 그동안 혹시 다른 사람이 청빙됐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그 교회에 자리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씀드렸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그 일이 있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워싱턴에 있는 감리사가 전화를 걸어왔다. 언제 올 수 있느냐, 인터뷰도 하지 않아도 되니 빠른 시일 내에 와달라는 것이었다. 위스콘신 연회 감독님이 우리 남편에 대해 말하기를 "너무 훌륭한 사람이니 무조건 받으라"고 했다는 설명과 함께.

우리는 그래도 교인들은 만나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고 인터뷰하러 가겠다고 했다.

워싱턴에 도착한 후 전임 목사님께 안부 인사 겸 전화를 드렸더니 감리사에게 들은 내용과는 사뭇 달랐다.

교인들이 이승우 목사는 안 된다고 한다는 것이다. 이유를 들어보니 부인이 목사이라는 것.

감리사가 인터뷰가 필요없으니 그냥 돌아가라고 했다. 우리는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일단 인터뷰를 하고 가겠노라고 했다.

정리=이경선 기자 boky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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