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소재 독립영화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안해룡 감독 기사의 사진

“다큐는 감추인 것도 아우르는 퍼즐 맞추기”

지난 18일 오후 8시, 어둠이 깔린 서울 합정동 한 커피숍은 뜻밖의 손님들로 북적댔다.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시사회에 참석하려는 마니아 70여명이 골목 안 외진 곳까지 줄을 서 있었다. 33㎡(10평) 남짓한 공간에 간이 의자가 들어서고, 100인치 빔프로젝터가 켜지자 가게는 순식간에 극장으로 변신했다.

"이 가게 생긴 뒤 손님이 제일 많이 온 거죠?" 안해룡(48·사진) 감독은 연방 농담을 던지며 관객을 맞았다. 정신없이 바빠 보였지만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고, 발은 가벼워 보였다.

"관객이 이곳까지 와 주셔서 고맙고, 또 미안해요. 비록 협소하지만 제 영화가 왜곡되지 않고 관객에게 전해질 수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영화 시사회가 열리게 된 것은 커피숍 이숙인(48) 사장 덕분으로 그는 직접 합정역 주위에 전단을 배포하고, 카페 홈페이지에 소식을 전했다.

영화는 일본군 위안부였던 송신도(87) 할머니와 위안부 재판을 지원하는 사람들 간의 소통을 그렸다. "사람 마음은 한 치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절대 믿지 않아!"라고 말하던 할머니와 지원단은 10여년의 세월 동안 일본 정부를 상대로 싸우며 믿음을 쌓아갔다. "다큐라고 해서 있는 그대로를 찍은 것은 아니에요. 사람들을 인터뷰하면 그들에게 내재된 기억이 다 다르거든요. 또 감독에게 감추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게 있기 때문에 그걸 하나로 조립해 나가는 과정이 어려워요. 일종의 퍼즐 맞추기죠."

감독은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때로는 가까이, 때로는 멀리서 그들을 2년간 포착했다.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1995년)가 위안부 할머니의 스러진 상처를 담았다면, 안 감독은 상처를 안고서도 현실에 묵묵히 서 있는 할머니의 오늘을 그렸다. "재판에 졌지만 내 마음은 지지 않아"라고 말하는 욕쟁이 할머니의 다짐은 이 영화의 메시지다.

안 감독은 지금도 자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영화를 만든다. 그러나 '가난'과 '지원'이 독립영화의 대명사가 되지 않길 바랐다.

"여건은 보조 수단일 뿐, 영화가 관객에게 울림을 주면 그걸로 행복하죠. 그게 단 한 명이면 어때요?" 12세가, 26일 개봉.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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