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신경림 (18) 솔직한 인터뷰… 남편 워싱턴 교회 부임

[역경의 열매] 신경림 (18) 솔직한 인터뷰… 남편 워싱턴 교회 부임 기사의 사진

워싱턴 감리사님이 교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당신들이 원했던 목사가 한국에서도 공부하고 미국에서도 공부하고, 한국 목회 경험도 있고, 미국 목회 경험도 있고, 헌신적인 사모가 있는 목사를 원했지요? 여기 그런 목사님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모님은 헌신적이셔서 이렇게 인터뷰 자리까지 따라오셨고요. 이제 목사님에게 질문할 게 있으면 해보세요."

교인 중 한 분이 손을 들었다. "사모님이 목사라는데, 우리 교회 오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교인들이 내게 질문을 하리라고는 전혀 예상을 안 했기 때문에 나는 무척 당황했다. 먼저 대답을 길게 해도 되겠느냐고 양해를 구했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제가 어릴 적에 어른들이 이 다음에 커서 뭐가 되고 싶으냐고 물어보셨을 때 절대 되고 싶지 않다고 했던 것이 세 가지가 있었어요. 하나는 목사 부인, 하나는 선생님, 하나는 목사. 우리 어머니가 당신 마음대로 나를 하나님께 서원해서 바치셨다고 내심 서운해 한 적도 있었고요. 아마 어린 마음에 거기에 대한 반작용 비슷하게 세 가지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제가 이 세 가지를 다 하게 되었네요."

교인들은 내 얘기를 무척 흥미롭게 들었다.

"그러면서 제가 깨달은 게 하나 있어요. 계획은 제가 하지만 결정은 하나님이 하시더라는 거에요. 제가 안수를 받았을 때에는 하나님께서 시키시는 것은 뭐든지 하고, 가라고 하시는 대로 가겠다고 약속했으니 제 마음대로 이거는 하고 저거는 안 하겠다고 감히 약속을 못 드리겠어요. 그러나 한 가지 약속할 수 있는 것은 이 교회도 하나님이 세우신 교회이니, 이 교회를 존중하겠다는 것, 그건 약속 드릴 수 있어요."

다행히 교인들은 내 답변을 좋게 생각해주었고, 남편은 그 교회에 부임하게 되었다.

남편은 부임하는 첫 주일 나에게 축도 순서를 맡겼다. 오히려 내가 사양을 했지만, 아예 처음부터 목사로 나를 부각시키겠다는 것이다. 월요일이 되니 한 장로님이 부인을 통해 이제 교회에 안 나오시겠다고 했다. 심방을 가서는 왜 교회에 안 나오시냐고 여쭤봤다. "여자 목사가 축도하는 건 도저히 용납이 안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사모님을 좋게 생각하고, 그래서 이 목사님을 모시기로 하였지만, 막상 여자 목사가 단 위에서 축도하는걸 보니 도대체 마음이 불편합니다."

나는 그분께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씀드렸다. 사실 그 장로님은 인터뷰때 내 답변을 들으시고는 나를 담임 목사로 받으면 안 되겠느냐고 농담까지 하셨던 분이었다. 그런 분도 충격을 받았으니 다른 분들은 오죽했을까. 그러나 고맙게도 그 장로님은 교회를 떠나지 않으셨고, 목사 사모를 어찌 부르고, 어찌 대해야 할지 모르던 교인들도 하나둘씩 적응하기 시작했다.

나는 교인들이 부탁하여 2세 청년들을 위한 영어 예배를 담당하고, 한어부 청년들 성경 공부도 맡아 열심히 내조를 했지만, 위스콘신 주에서 목회하던 그 미국 교회가 많이 그리웠다. 워싱턴에서 남편 교회를 돕는 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것 같았다. 그래서 더 할 일이 없을까 찾다보니 박사 과정에 들어가는 길이 가장 괜찮아보였다.

정리=이경선 기자 boky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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