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인터내셔널] 다국적 은행의 ‘자본 폭력’에 맞선 경찰 기사의 사진

"정의는 환상일 뿐이다(Justice is illusion)"

다국적 은행의 불법 행위를 추적하는 인터폴의 한 경찰은 은행 총수에게 총을 겨누며 자조 섞인 말을 내뱉는다. 경찰은 법과 제도 안에서 자본 권력에 대항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직접 범인을 죽이려 한다. 죄를 벌하기 위해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경찰의 행동은 정의일까.

제59회 베를린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영화 '인터내셔널'은 거대 집단과 일개 개인의 대결을 그렸다. 인터폴 경찰 루이 샐린저(클라이브 오웬)는 IBBC은행이 미사일 거래를 통해 전쟁을 조장하고, 중동을 빚더미로 만들려는 걸 알고 뉴욕의 여검사 엘레노어 휘트먼(나오미 왓츠)과 함께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다. IBBC은행은 그러나 미국 정부와 CIA, 러시아 범죄조직의 비호를 받으며 살인과 테러를 일삼는다. 영화는 실제로 1970년대 역사상 최대의 금융 범죄로 충격을 안겨준 파키스탄 'BCCI 은행 스캔들'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오우삼 감독이 기획자로 나섰지만, 영화에서 오우삼식 액션은 찾아볼 수 없다. 연출을 맡은 톰 튀크베어 감독은 지겹도록 무겁게 작품을 이어간다. IBBC의 불법이 디지털이라면, 인터폴 경찰의 수사는 아날로그 수준이다. 권력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빅브라더 은행과 경찰의 대결은 처음부터 평등한 선상에 놓여 있지 않고, 팽팽하지도 않다. 영화는 긴장감 넘치는 액션신을 버리고 초라한 대결을 보임으로 오히려 현실성을 높였다. 물리적인 주먹의 충돌이 아닌, 자본의 폭력을 다뤘다는 점에서 볼 만하다.

그러나 경찰이 베를린, 밀라노, 이스탄불 등 유럽의 7개 도시를 추적하는 연계성은 부족하다. 총격신 대신 7개국의 풍경으로 블록버스터를 완성하려는 감독의 욕심으로 보인다.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나선형 계단을 따라 쉴 새 없이 펼쳐지는 10여 분의 논스톱 총격신도 지적 액션 영화, 유럽식 영화를 완성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영화의 마지막에서야 은행 총수는 모습을 드러내고, 총을 겨누는 샐린저에게 "나를 쏘더라도 달라질 게 없잖아"라며 웃는다. 샐린저는 자본 권력은 개인이 아니라 구조에서 비롯됐다고 말하는 총수를 향해 방아쇠를 당길지 고민한다. 18세가, 26일 개봉.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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