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람] 과학학습만화 ‘와이’시리즈 2000만부 판매… 예림당 나춘호 회장 기사의 사진

"아이들 덕봤으니 좋은 책으로 보답해야죠 "

"많이 읽히는, 좋은 책을 내겠다는 각오로 제가 하고 싶은 것보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한 결과입니다."

아동서적 출판사 예림당의 과학학습만화 '와이(Why?)' 시리즈가 최근 2000만부 판매를 기록했다. 국내에서 한 종류의 책이 2000만부 넘게 팔린 것이 공식 집계되기는 처음이다. 2001년 첫 권을 낸 이래 2007년 1000만부가 팔려나가고 다시 1년반 만에 2000만부를 돌파했다.

1973년 예림당을 설립해 36년간 아동단행본을 집중적으로 출간해 온 나춘호(67) 회장은 초베스트셀러의 비결을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것, 우리가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것을 꾸준히 밀어붙인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설명했다.

와이 시리즈의 태동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89년에 '우주는 왜' '날씨는 왜' 등 '왜' 시리즈를 발간한 것이 첫 출발이었다. "당시 아동책을 보면 우리 얘기를 하고 있으면서도 일본이나 미국 사람이 등장했어요. 우리 것을 만들자고 결심했지요."

하지만 쉽지는 않았다. 관련 도판과 자료를 구하는 일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 게다가 만화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심의 과정에서도 애를 먹었다. 그러나 차별화된 아이디어에 치밀한 편집기획, 주요 인물과 컨셉트의 캐릭터화, 종이책과 파생상품을 연계한 마케팅 전략 등으로 출간 직후 불티나게 팔렸다.

토종 브랜드 와이의 성공은 대구 근처 산골에서 태어나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학비를 감당하지 못해 대학을 중도에 포기하는 등 온갖 역경에도 굴하지 않은 나 회장의 집념에서 비롯됐다. "맨주먹으로 상경해 서적 외판원 생활을 몇 년 했어요. 70년대 아이들에게 사줄 만한 책은 모두 외국책을 번역한 것이었죠. 우리 아이들이 읽을 책을 내야겠다고 마음먹고 출판사를 차렸습니다."

이원수 박목월 등 작가들에게 당시엔 파격적인 고료인 200자 원고지 한 장당 1000원을 지급하며 창작동화를 개발했다. 또 라디오가 보급되기 시작한 것에 착안해 시청각 서적인 '이야기 극장'을 냈는데 90년대까지 1억7000만부가 팔려나가는 천문학적인 대박을 쳤다.

나 회장은 "어린이들 덕을 봤으니, 좋은 책을 저렴하게 내서 다시 이들에게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해마다 책 보내기 사업을 벌이는 예림당은 이번에 2000만부 돌파를 기념해 전국 511개 초등학교에 5억원 상당의 책을 기증하기로 했다.

와이 시리즈는 동물·식물·지구·바다 등의 영역은 물론이고 핵에너지·생명과학·정보통신 등 다양한 과학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또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돼 지상파 방송에 소개될 예정이다. "와이는 프랑스 러시아 중국 대만 태국 인도 등 7개국에 130만부 저작권을 수출한 글로벌 브랜드입니다. 향후 인문과 사회과학까지 영역을 넓혀 세계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명예회장, 세계출판인협회(IPA) 상임이사, 독서새물결운동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 등을 맡고 있으면서 '출판계의 대부'로 통하는 나 회장은 "철학과 전문적 깊이를 갖춰야 100년, 200년 가는 출판사가 된다"고 조언한 뒤 "와이 시리즈 2000만권의 힘이 2000만개의 희망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광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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