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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조용래] 한국산 배터리


일본전지공업회에 따르면 세계 최초로 건전지를 만든 이는 시계수리공 출신 야이 사키조(1864∼1927)다. 야이는 고등공업학교(현 도쿄공업대학) 입학시험에 5분 늦어 실패한 경험을 살려 1881년 전지를 이용한 전기시계를 개발, 전기 관련 일본 최초의 특허를 얻는다. 그의 나이 겨우 17세 때다.

당시 전지는 전해액을 그대로 사용하는 습(뙺)전지였기에 매우 불편했다. 이에 야이는 고심 끝에 전해액을 종이에 스며들게 하는 이른바 건(乾)전지를 고안한다. 마침내 1885년 실험에 성공한 그는 그해 도쿄에 '야이 건전지합자회사'를 세워 세계 최초의 건전지 상용화를 꾀한다.

하지만 야이 건전지는 팔리지 않았다. 건전지를 이용하는 제품이 거의 없었던 탓이다. 겨우 빛을 본 게 청일전쟁 때. 일본 육군이 회중탐조전등, 휴대통신기의 전원으로 야이 건전지를 주목한 덕분이었다. 혹한기에 전해액이 얼어붙어 무용지물이던 습전지를 야이 건전지가 몰아낸 셈이었다.

야이는 하루 아침에 건전지왕으로 유명해졌으나 건전지 수요가 여전히 늘지 않아 그의 회사는 순탄치 않았다. 게다가 1923년 자전거 전조등용 건전지를 개발한 라이벌 마쓰시타 코노스케(1894∼1989)가 등장한다. 자전거의 보급과 함께 대박을 터뜨린 마쓰시타와 시대를 너무 앞서 간 야이가 크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이후 건전지의 주도권은 마쓰시타로 넘어간다. 기묘하게도 야이가 병사한 후부터 휴대용 라디오와 전축 등 건전지를 전원으로 하는 전기제품 수요가 급증했다. 세계적인 전자기업 파나소닉의 바탕이 이때 마련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발명도 중요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잘 읽고 제품을 응용개발해 내는 것은 더 큰 의미가 있다.

지난 24일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회 국정연설에서 "우리는 태양광 기술을 발명했지만 그걸 산업화하는 데는 독일·일본에 뒤처져 있다. 신형 하이브리드카를 만들긴 하나 이를 구동시키는 건 한국산 배터리다"고 말했다. 발명은 했지만 시대를 읽는 데는 미흡했다는 자조요 반성이다. 한국산 배터리 발언은 LG화학이 미국 GM에 단독 공급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염두에 둔 것이다.

경제가 지난 환란 때보다 더 어렵다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다. 우리의 지혜와 두뇌가 번득이는 한.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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