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가치이며 지배적 이념이어야 할 인권이 홀대받는 현실 너무 서러워”

1945년 6월2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모인 50개국 대표들은 두 달여에 걸친 '국제기구에 관한 연합국 회의'끝에 유엔의 설립 근거가 되는 유엔헌장 초안을 마무리한다. 3년 뒤인 1948년 12월10일 제3차 유엔총회는 세계인권선언을 채택한다.

"오늘날 인권이라는 개념은 좌우 이념과 사상을 떠나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보편적 가치' 또는 '지배적 이념'을 말한다. 인권 존중에 대한 관심과 인식은 20세기 후반 냉전 종식 이후 동유럽으로 확대되었고, 지금은 전세계를 지배하는 '지구적 가치'로 자리잡았다."(비타 악티바의 개념사 시리즈 1권 '인권' 중에서)

용산 사고가 일어난 지 한 달 일주일 되는 26일 낮 용산 사고 희생자들이 안치된 서울 순천향병원 장례식장은 여전히 음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전투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 드나드는 차량의 번호판은 일일이 기록됐고, 갈 곳 없는 유가족들은 4층 빈소 옆 대기실에서 웅숭거렸다.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28일 오후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10만 국민대회'의 열기를 모아 범국민고발운동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로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유족대표들은 3월에 시작될 국민참여재판에 겨우 기대를 걸고 있는 듯했다. 그래도 법을 믿어보겠다는 것이다.

그들은 정부에 대한 섭섭함, 나아가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사람이 죽어나간 사건, 아니 가난한 백성 몇이 죽어나간 사건인데…"

이미 불법 시위 주동혐의로 구금된 이들과 현재 연행을 거부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조치야 그야말로 법대로 하면 되겠지만, 유족들의 단장의 아픔은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인들의 뇌리에선 벌써 희미해진 청와대 전 행정관의 과잉충성에 대해서도 유족들은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었다. 집단 인명피해 사건을 연쇄살인사건으로 덮으려 한 행태도 고약하지만 사안을 그처럼 '가볍게' 다뤘느냐는 것이었다.

그들은 "도시 외곽에만 신도시를 건설할 게 아니라 도심 내부의 공간을 활용해 주택을 많이 공급해야 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논리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자칫 같은 희생이 빈발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26일 밤 12시 어간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200명 가까운 노숙인들이 배식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역을 맡고 있는 '거리의 천사' 조정희 팀장은 "한겨울보다 인원이 줄어드는 것이 상례인데, 요즘은 인원도 늘고 환자도 늘어나는 실정"이라고 했다.

그래도 서울시가 2300여명의 노숙인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하고 있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서울시는 19∼20일 영등포 광야교회에서 일자리를 원하는 노숙인 900여명을 대상으로 20여 항목의 검진을 한 데 이어 26∼27일 중구 구세군서울제일교회에서 1400명을 추가로 검진 중이다.

공교롭게도 어젠 제네바와 워싱턴으로부터 한국 인권과 관련, 우려 서한과 우려 보고서가 도착했다. 나바네템 필레이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행정안전부가 추진하고 있는 인권위 정원 30% 감축안이 한국 인권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감축계획을 재고해 달라"는 서한을 보내 왔다.

미 국무부는 어제 공개한 2008 인권보고서에서 "북한의 인권기록은 여전히 지독하게 나쁜 상황"이며 "한국은 여성과 장애인, 소수자 집단은 사회적 차별에 직면해 있으며 강간, 가정폭력, 아동학대, 인신매매는 여전히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편적 가치이면서 지배적 이념이 되어야 할 '인권'이 아직도 홀대받는 현실이 아쉽다.

논설위원 jesus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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