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재격돌하면서 국회가 또 마비상태에 빠졌다. 한나라당 소속인 고흥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이 그제 신문과 방송의 겸영 허용 등을 골자로 한 미디어관련법을 직권으로 상임위에 상정하자 민주당이 반발해 무기한 상임위 농성에 들어갔다. 민주당 의원들은 어제도 주요 법안이 계류돼 있는 상임위가 열리지 못하도록 실력으로 저지해 대부분의 상임위가 공전됐다.

여야는 지난해 말부터 올초까지 국회를 폭력으로 얼룩지게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설 연휴 귀향 활동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반성한다고 하더니만 50여일 만에 또 다시 국회 파행사태를 몰고온 것이다.

미디어관련법에 대한 찬반여론은 팽팽하다.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집단도 많다. 이처럼 민감한 사안일수록 여야가 국회내에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논쟁하는 게 필요하다.

그러나 민주당은 미디어관련법을 대표적인 악법으로 규정하며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는 입장만 고수한 채 상임위 상정조차 막았다. 이는 공당의 도리가 아니다. 국회에 제출된 법안들을 충실히 심사해야 하는 국회의원의 책무를 포기한 처사이기도 하다. 누차 지적하지만, 민주당은 의회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법안 심사과정에서 의견을 충실히 개진하고, 미비점을 보완한 뒤 표결에 당당히 임해 그 결과에 승복하는 게 옳다. 툭하면 국회를 스톱시키는 행태도 자제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미디어관련법 상정에 앞서 민주당을 설득하고 협의하는 절차를 더 밟았어야 온당했다. 고흥길 위원장이 기습작전 펴듯 미디어관련법을 상정한 것은 정도가 아니다.

2월 임시국회 회기는 다음달 3일까지다. 불과 닷새 남았다. 미디어관련법이 이번 국회의 전부가 아니다. 민생·경제법안들을 비롯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법안이 무려 2400여건이라고 한다. 싸움으로 허송세월기에는 시간이 없다.

여야가 대화를 복원해 국회를 조속히 정상화시켜 각종 법안 처리에 총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노는 국회'는 지난 국회로 족하다.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