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90돌을 맞는다. 일제의 폭압적 지배에 신음하던 백성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떨쳐 일어나 목이 터져라고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던 그날을 생각하며 옷깃을 여민다. 경제는 곤두박질치고 정치권을 비롯해 곳곳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지금 선열들의 열정을 새삼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그날 이후로도 식민지 지배는 26년이나 더 지속됐고 겉만 따지자면 3·1운동은 실패한 역사다. 하지만 민족의 생존권이 박탈당한 속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이 나라의 주인이라고 고백할 수 있었던 경험은 광복을 거쳐 근대화와 민주화를 쟁취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3·1운동은 애국애족 정신으로 부활했던 것이다.

선열들의 나라 사랑과 겨레에 대한 자존감이 면면히 이어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3·1운동은 성패를 논하기에 앞서 우리 모두의 자랑이요 끊임 없이 재점검해야 할 값진 유산이다. 독립은 이뤘으나 남북 분단의 멍에는 60여년이나 그대로다. 이 땅의 완전한 독립을 얻기까지 우리에게 3·1정신은 더욱 소중하다.

3·1운동은 종교계, 특히 기독교계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당시 기독교인은 22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3%에 불과했지만 3·1운동 때 기소된 피고인 가운데 약 4분의 1은 기독교인이었다. 어제 기독교계 보수·진보 인사 900여명이 '평화와 통일을 위한 3·1선언'을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독교계의 3·1선언문은 남한과 북한 당국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하고 특히 북한에 대해 원색적인 남한 비난과 군사적 위협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뿐 아니라 정부 예산과 각 교회 예산의 1%를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사용할 것을 실천결의 사항으로 주장했다. 말뿐인 나라 사랑 겨레 사랑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대안을 모색하는 기독교계의 3·1정신이 온 나라에 들불처럼 번지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기독교계가 최근 경제 살리기 캠페인 차원에서 목회자 사례비 5%를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부하자는 운동도 확산돼야 한다. 참담한 식민지배 속에서도 분연히 일어섰던 선열들의 용기와 애국애족 정신이 요즘처럼 절실한 때가 없다.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