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대결이 임박했다. 회기를 나흘 남겨 놓은 2월 임시국회에서 한나라당은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쟁점법안 직권상정을 요구하고 있고, 민주당은 이를 막기 위한 싸움 준비를 다듬고 있다. 김 의장이 어제 직권상정 가능성을 시사해 여야가 극적 타결을 보지 않는 한 본회의장 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전 세계 언론의 화제가 된 국회 폭력 추태가 재연될 모양이다.

핵심 쟁점은 미디어 관련법안이고 그 중에서도 방송법 개정안이다. 대기업과 신문사가 지상파 방송사 지분을 2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야당은 재벌이 방송까지 소유하게 됐다고 비판한다. 어찌 보면 방송업계의 밥그릇 싸움이기도 한 법안 때문에 경제위기에서 민생을 보듬고 경제를 살리자는 중요한 법안들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이미 심의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흘렀는데도 대화와 타협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회의 정상적인 의사 진행에 권한과 책임이 있는 김 의장이 이번에도 지난번 임시국회 때처럼 직권상정을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모든 법안을 한꺼번에 직권상정하라는 한나라당 요구를 수용하는 데는 무리가 따를 것 같다. 미디어 관련법 중 쟁점조항에 대해서는 국민 여론을 묻는 등 논의의 시간이 좀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한나라당 내에도 적지 않다.

민주당도 무조건 반대만 할 게 아니다. 합리적 대안을 내놓고 한나라당과 타협안을 끌어내는 게 옳은 길이다. 인터넷 욕설을 처벌토록 한 정보통신망법이나 시위 때 복면 착용을 금지하고 폭력도구 제조와 운반을 금지하는 집시법 개정안까지 반대하는 것은 국민 정서와 거리가 멀다.

2월 국회에서는 여야가 민생과 경제 관련 법안을 합의 처리하고, 쟁점법안에 대해선 논의를 더 한 뒤 타결을 모색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현실적으로 한나라당이 이번 국회에서 미디어법을 강행 통과시킬 수는 있겠지만 야당과 반정부 성향 시민단체들이 극렬한 장외투쟁을 벌이고, 경제난으로 불안해진 사회 심리를 자극할 경우 감당해낼 수 있을지 걱정된다.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