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박병권] 사형제도의 모순 기사의 사진

사형 집행 문제는 우리 사회의 큰 논쟁 가운데 하나다. 강력사건이 빈발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메뉴다. 인권보호에 유난히 관심이 많은 개인이나 단체는 법에서 아예 사형제도를 없애자는 주장을 내놓는다. 반대로 보수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쪽은 극악무도한 사형수를 왜 '피 같은' 국가예산을 들여 살려놓느냐며 즉시 죽이라고 외치고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된 사람을 미결수로 살려놓는 것 자체는 불법이다. 가령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된 사람의 경우 그 순간부터 징역형 집행에 들어가고 벌금형이 확정될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물론 집행 주체는 검찰이다. 따라서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에 대해 검찰은 당연히 즉시 사형을 집행해야 하는 것이다. 즉, 논리적으로 검찰이 확정 판결난 사형수를 죽이지 않는 것은 법에 규정이 있든지 없든지 간에 불법을 피할 길이 없다.

사형 미집행이 불법인 사실은 현행 법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르면 사형은 법무부장관의 명령에 의해 집행토록 하고 있다(동법 463조).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사형집행 명령을 언제 내려야 하는가 하는 문제다. 우리 법은 '사형 명령은 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6월 이내에 하여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동법 465조 제1항).

이렇게 보면 김영삼 정부 후반기인 1997년 12월30일 23명의 사형수가 처형된 이후 국내에서는 사형집행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 시점 이후 역대 법무부장관은 명백히 법률을 어기고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사형집행을 하지않음으로써 법치주의 확립에 책임이 있는 법무장관의 장기적인 불법행위가 계속되고 있다는 아이러니한 현실에 처해 있다.

이 같은 모순을 없애려면 지금이라도 관련 법을 고치든지 아니면 사형을 집행하든지 양자택일해야 하지 않을까. 사형 집행에 관한 형사소송법의 규정이 강제규정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법무장관이 반드시 따라야 할 필요가 없는 권고적, 임의적 규정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97년 12월 이전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사람들은 지금 수감중인 사형수와 비교해 볼 때 인권을 엄청나게 침해당했다는 또 다른 모순을 어찌 설명할 것인가.

안양 초등학생 살해범 정성현이 최근 사형확정 판결을 받아 우리나라에는 무려 59명의 사형수가 존재하게 됐다. 우리나라 사형수 실태를 최초로 정밀하게 분석한 국민일보의 심층보도(2006년 2월17일자 4면)에 따르면 현재 국내 사형수 가운데 공안사범은 없으며 전원 살인죄로 복역하고 있다고 한다. 범행 당시 20∼30대가 70% 가량이며 보도 당시 평균적으로 7년6개월 가량 복역 중이었다. 3년여의 세월이 흘렀으니 정성현을 이 계산에서 뺀다면 사형수들의 복역기간은 거의 10년을 넘는다.

자기의 욕망에 사로잡혀 아무 죄도 없는 다른 사람을 죽이고도 자신은 오히려 10년을 더 살고 있다는 이 모순된 현실을 선량한 국민이나 피해자의 가족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정말 궁금하기 짝이 없다. 사람의 생명은 정말 소중하다. 세상 무엇과도 바꿀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천인공노할 죄를 지었더라도 사형 명령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로부터 위임받은 장관의 지위라면 결단을 내려야 한다.

박병권 사회2부장 bk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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