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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속도전이란 말이 유행이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부터다. 대통령과 청와대는 연일 국난 극복을 위한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 부처들도 "정책 결정과 집행의 속도를 높이자"며 공무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여당은 입법 속도전, 서울시는 뉴타운 속도전, 기업들은 '스피드 경영'이란 이름의 속도전에 몰입 중이다.

속도전은 북한에서 나온 말로 국어사전은 '모든 일에서 주어진 시간 내에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고자 하는 일의 추진 방식'으로 풀이한다. 매우 긍정적인 뜻이다. 속도전하면 떠오르는 사람은 역시 칭기즈칸이다. 칭기즈칸은 몽골 기병대를 이용한 속도전으로 순식간에 적을 짓밟고 영토를 확장해 전무후무한 세계 제국을 일궈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세계 각국은 너나 없이 속도전에 매달리고 있다. 경제 붕괴까지 거론되는 긴박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중환자를 앞에 둔 의사에게 느릿하고 여유있는 대응을 주문할 수는 없다. 비상상황에선 타이밍을 잃지 않는 신속한 처방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속도전에는 함정이 있다. 신속함이 조급함이나 밀어붙이기로 치달을 위험성이 그것이다. 신속함과 조급함은 명확히 구별된다. 신속함은 일을 조직적이고 능률적으로 빠르게 처리하는 능력이다. 반면 조급함은 참을성 없이 몹시 성급한 기질을 말한다. 이것저것 빨리 다하려는 욕심에 필요한 절차를 생략해 일을 그르친다.

야당과 사회 일각에서 현 정부의 행보를 'MB식 속도전'이라며 비판하는 것은 속도전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시킨 것이다. 여당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정부의 국정운영능력이 부족하다"거나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냐"며 속도전에 우려를 표하고 유연성과 균형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처럼 속도전은 양날의 칼이다. 제때 잘 쓰면 약이고 못 쓰면 독이 된다. 속도전이 긍정적 결과를 낳으려면 신속함과 함께 인내심이 필요하다. 빨리 해결하려는 조바심을 누르고 기다림과 여유를 가질 때 오히려 얽히고설킨 국정 현안들이 쉽게 풀려갈 수 있다. 지금은 매우 어렵고 복잡한 시국이다. 몽골기병 같은 신속함과 황소 같은 듬직한 행보. 이 둘을 상황에 따라 어떻게 잘 조합하느냐에 속도전의 성패가 달려 있다.

박동수 논설위원 d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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