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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종 칼럼] 내가 이명박이 똘마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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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했지만 살다 보면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는 경우를 만날 때도 있다. "동료 의원들과 밥 한 그릇 편안히 못 먹는다"는 이상득 의원의 하소연도 그래서 나왔을 터이다. 자연인으로서 숨쉬는 것까지도 대통령의 형이라는 위치와 연관지으려는 게 세상의 이목이니 말이다.

모든 일은 대통령의 형을 통해야 한다 하여 만사형통(萬事兄通), 결론은 형이 내린다 하여 만사형결(萬事兄結)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형님 대원군이라는 말도 생겼다. 구중심처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이 의원으로선 오해로 억울한 경우도 많을 것이다.

대통령의 형인 代價

"내가 이명박이 시키는 대로 하는 똘마니냐" 지난주 이 의원이 토로했다는 불만이다. 국회 문방위에서 한나라당이 미디어 법안들을 기습 상정한 것도 이 의원이 이 대통령의 뜻에 따라 강경론을 폈기 때문이라는 세간의 해석에 대한 반론인 것이다. 신사로 정평 있는 이 의원이 이처럼 거친 표현을 쓴 걸 보면 인내심이 한계에 이를 만큼 속이 상했던 모양이다.

기자는 솔직히 지난 총선에서 이 의원이 공천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시대가 바뀌었지만 왕조 땐 종친들이 정사에 관여하는 것을 금했던 사실, 얼마 전까지 대통령의 가족과 친인척들이 국정을 어지럽힌 일들이 생각나서였다. 또 이 의원이라면 굳이 말 많은 정치판이 아니더라도 다른 분야에서 나라를 위해서, 또 동생 대통령을 위해서 할 일들이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해봤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출마를 강행했다. 사실 특정인과의 관계를 이유로 정치를 하지 말라는 건 기본권 침해다. 또 "나의 경험과 경륜이 대통령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는 본인의 말에 어느 정도 공감이 되기도 했다. 합리적이고 친화력 강하다는 그의 성격이 살벌한 정치판에 윤활유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 좋은 쪽으로 생각키로 했다.

하지만 정치판은 역시 권력을 놓고 술수 음모 등 온갖 것들이 판치는 복마전이었다. 그리고 이 의원을 향한 그것들은 권력투쟁답게 한나라당내에서부터 시작됐다. 이 의원에게 집단으로 공천 철회를 요구한 것도 한나라당 의원들이었고 "권력의 사유화"라며 이 의원을 공격한 것도 한나라당, 그것도 친이명박계였다.

정치판을 떠날 수 없다면

이 상황에서 이 의원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일 것 같다. 먼저 말 많고 탈 많은 정치판을 떠나는 길이다. 그러나 아직은 이 의원이 그럴 책임을 질 만한 일도 없고 결단이 쉬운 일도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은 정치판이 그런 것이려니, 또 비방까지도 소금 역할을 하려니 하고 역풍을 감수하는 길이다. 대통령의 형이 되기 전까진 적이 거의 없었겠지만, 대통령의 형으로서 정치를 하자니 그만한 대가는 치러야 한다고 자위하는 수밖에 없다.

후자의 길을 가는 데 있어 가능하면 정치의 전면에 나서는 걸 자제하고, 특히 (그게 현실적으로 말처럼 쉽진 않겠지만) 파워게임에 말려들지 않도록 더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이명박이 똘마니냐"와 같은 말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무리 자신의 정치적 언행을 대통령과 연관시키지 말라 해도 그렇게 받아들일 사람은 없다. 꼭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대통령의 형이라는 사실을 애써 희석시키려 하기보다는 이리저리 하는 게 동생인 대통령을 돕고 나라를 위하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말하는 게 당당하다. 대통령의 친인척들이 더는 국정의 발목을 잡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전무이사 大記者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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