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 200만명 관객 돌파라는 낭보가 울려퍼지는 동안 경북 봉화에 사는 주인공 최원균 이삼순씨 노부부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 전해졌다. 경북도가 이달부터 운영하는 '주말테마여행'에 촬영지인 하눌리를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이 노부부의 고요한 일상이 파괴될 위기에 놓이게 됐다.

경상북도가 관광에 취약한 내륙지방을 알리기 위해 선택한 결과이겠지만 상업적 목적을 지닌 영화와는 출발부터 다른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점이 유감이다. '워낭소리'는 흥행을 추구하는 영화 자본이 시나리오를 사들여 배우를 캐스팅한 뒤 촬영해 홍보하고 배급한 영화가 아니다. 영화의 배경에 명승이 등장하지도 않고, 저명한 배우가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영화로 인해 봉화라는 지역의 지명도가 크게 오른 만큼 후광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그러나 관광의 방식과 득실을 따져야 한다. 관광의 요건을 충분히 갖추었는지, 경제적 효과는 확실한지, 예상되는 부작용은 없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워낭소리'의 경우 촬영 배경이 된 산골마을을 공개하겠다는 것인지, 거동이 불편한 노부부와의 만남을 주선한다는 것인지, 들판에서 일하는 주민들을 동물원 보듯 구경하도록 한다는 것인지 도통 모를 일이다.

무엇보다 노인들의 사생활을 담보로 관광수입을 올리려 해서는 곤란하다. 전직 대통령 같은 공인도 아니고 영화의 명성으로 이득을 보는 것도 아니라면 영화 속의 삶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놓아두는 게 최선이다. 2002년 영화 '집으로'의 김을분 할머니와 2006년 '맨발의 기봉이'의 주인공처럼 외부인에게 시달려 정든 거처를 옮기는 일은 더이상 없어야 한다. 영화는 영화로 끝내는 게 옳다.

각 지자체는 차제에 관광지 개발에 신중을 기할 것을 권한다. 경북 군위군이 김수환 추기경 추모열기에 편승해 300억짜리 추모공원을 조성키로 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은 데서 알 수 있듯 성급한 지정은 부작용만 낳는다. 관광만능주의를 넘어 지킬 곳은 지키고, 알릴 것만 알리는 분별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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