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미디어 관련법 처리를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100일간 논의한 뒤 표결 처리키로 한 것은 일단 바람직하다. 이 합의로 당장의 극한 충돌과 파국은 면한 셈이다. 하지만 합의가 바로 해결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그간 양측 입장의 간극과 대립 양상을 볼 때 처리시일을 더 미룬다 해서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합의 내용만 봐도 '지뢰'가 곳곳에 널려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산하에 두기로 한 '사회적 논의 추진기구'만 해도 그렇다. 멤버 구성과 운영과정에서 또다시 대립과 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100일이 지난 뒤 합의가 안 되면 '표결 처리'하겠다지만 이 역시 그대로 될지 미지수다. 이 사안이 여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부 방송사와 언론노조 등 시민사회단체들의 이익과 광범위하게 연결돼 있는 탓이다. 민주당이 지지세력인 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순순히 표결처리에 응할지 궁금하다. 다만 우리는 이번 합의가 제대로 준수되기를 바랄 뿐이다.

문제를 잘 풀어가려면 무엇보다 정략적인 시각을 없애야 한다. 민주당과 일부 언론사, 시민단체들은 이 법의 부정적 측면만 너무 부풀려서는 안 된다. 미디어법이 가져올 역기능 이상으로 순기능이 크기 때문이다. 지금은 미디어 빅뱅의 시대다. 신문과 방송, 방송과 통신 등 매체 간의 융·통합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추세다. 선진 각국은 미디어 칸막이를 없애고 교차소유 등을 통해 글로벌기업을 키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우리는 한참 뒤처져 있다. 그동안 미디어 환경을 너무 언론적 측면에서만 강조하고 산업적 측면을 도외시해온 탓이다. 그 결과 국내 언론사들은 국경을 뚫고 쏟아져 들어오는 글로벌 미디어 그룹들과의 경쟁에서 갈수록 밀리고 있다.

이렇듯 매체간 융·통합을 통한 미디어산업발전과 문화콘텐츠 경쟁력 강화는 피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매체 융·통합이 주는 일자리창출효과도 간과할 수 없다. 현재 우리 젊은이들이 가장 취직하기 원하는 분야는 문화콘텐츠다. 이 분야에서 일자리를 늘려 청년실업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미디어산업은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여당은 대기업이나 거대 신문의 방송 진입이 초래할 수 있는 여론 독과점이나 이념 편파성을 방지할 규제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 또 자본력이 약한 언론사의 급격한 위축을 막을 방안도 강구해 매체집중의 폐해와 여론다양성의 훼손에 대한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 결국 미디어 법의 순기능은 극대화하고 역기능은 극소화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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