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때 금붙이를 모으던 정신이 지금 일자리를 나누는 정신으로 되살아났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제 삼일절 기념사를 통해 "자기 희생과 화합의 정신이 시대정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전세계가 위기를 겪고 있지만 이런 모습은 대한민국에서만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도 최근 일자리 나누기가 한국이 내세울 수 있는 '내셔널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발표한 30대 그룹 대졸 초임 연봉을 최고 28% 삭감한다는 계획이나 정부가 공공기관 대졸 초임을 최대 30% 줄인다는 방침도 이를 통해 채용 인력을 늘리겠다는 것이었다. 공무원들은 정무직의 경우 연봉 10%를 반납하기로 이미 결정했다.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은 별도로 연봉 삭감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어려운 시기에 일자리 나누기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으로는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무엇보다 기존 직원들의 고통 분담 없이 신입 사원들의 임금만 깎았을 뿐이지 정규직 채용을 확대한다는 기업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런 식이라면 청년 인턴 등 임시직 고용만 늘어나게 생겼다. 결국 인턴사원들이 떠나는 6∼10개월 뒤엔 현재의 고용 수준으로 되돌아오게 되는 셈이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는 기업에는 세제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정부에 지적하고 싶은 것은 또 있다. 일자리 나누기를 위해 공무원들도 임금 자진 삭감에 나서기로 해 놓고서 공무원 노조의 반발 때문에 엉거주춤한 자세다. 이러면서 일자리 나누기가 '국가 브랜드'로 자리잡기를 바라는 건 염치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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