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한마당

[한마당―김진홍] 약탈 문화재


청(淸)나라 황제 별궁이었던 원명원(圓明園)은 당시 '세계 최대 미술관'으로 불렸다. 황제의 수집품들이 보관돼 있었기 때문이다. 영·불 연합군이 2차 아편전쟁 말기인 1860년 이곳을 철저히 유린한 것도 소장품 때문이었다. 일부 장교는 약탈물을 팔아 막대한 돈을 챙겼다고 한다. 그리고 강탈의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이곳에 불까지 질렀다.

중국은 폐허가 된 원명원을 그대로 보존했다. 수난의 역사를 국민들에게 보여주려는 의도에서다. 그만큼 중국인들에게 원명원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영·불 연합군에 의해 원명원에서 유출된 문화재 12지신 형상의 청동상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이를 되찾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지금까지 5개를 회수했다.

이런 상황에서 12지신 청동상 가운데 토끼머리, 쥐머리 청동상이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경매에 부쳐졌다. 지난해 6월 타계한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이 소장하고 있던 700여점을 파는 '세기의 경매' 행사에 매물로 나온 것이다. 중국의 반응은 당연히 격렬했다. 정부까지 나서 경매중단을 요구했고, 중국 유학생들은 경매장소인 그랑팔레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경매가 강행되자 중국해외문물환수전용기금 고문인 차이밍차오씨가 거액을 제시해 낙찰받은 뒤 대금을 내지 않겠다며 사실상 유찰시켰다.

경매회사인 크리스티와 경매를 허용한 프랑스 정부를 겨냥한 중국의 분노는 계속되고 있다. 크리스티의 중국내 활동을 제한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이고, 프랑스 에어버스사로부터 항공기 150대를 구매하려던 계획도 전격 취소했다. 문화재 2점으로 인해 중국과 프랑스 관계는 악화 일로다.

중국은 프랑스 정부나 기업인이 이를 구입해 중국에 기증하기를 바라고 있으나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유찰되면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을 제시한 입찰자에게 돌아가는 게 관행이지만 약탈당한 유물을 반환받아야겠다는 중국정부의 자세가 워낙 집요해 불발될 소지가 크다. 토끼머리, 쥐머리 청동상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관심거리다.

파리 국립도서관에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록유산에 지정된 조선왕실의궤가 있다. 프랑스군이 원명원을 짓밟은 지 6년 뒤인 1866년 병인양요때 약탈해간 것이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im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