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은 고쳐도 버릇은 바꾸기 어렵다는 말이 새삼 실감나는 2월 임시국회였다. 제버릇 남 못 준다는 속담대로 그제 막을 내린 국회도 정쟁과 폭력, 그리고 태업으로 얼룩졌다.

여야가 2일 쟁점법안 처리 일정에 합의함으로써 그제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안건은 76건이었으나 이 중 14건을 의결하지 못했다. 불과 하루 전 자신들이 기껏 합의한 내용조차 이행하지 못하는 무능과 무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은 예전처럼 해당 상임위와 본회의장에서 고성과 막말을 주고받았고, 몸싸움마저 재현했다. 야당 의원들은 고의로 의사진행을 방해했다. 그럼에도 반성은커녕 서로 상대만 탓했다. 종전보다 나아진 점이 없다.

이번 국회는 출발부터 삐걱였다. 여야가 지난 1월6일 쟁점법안 처리 방식에 의견을 같이했으나 '합의했다'느니 '협의키로 했다'느니 해석의 차이를 보이면서 회기 중반까지 법안 심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어 한나라당의 미디어관련법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기습 상정과 이에 반발한 민주당의 상임위 점거 농성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한때 본관 중앙홀을 점거했고, 민주당 당직자가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폭행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생활고로 가족해체의 고통을 겪는 서민이 증가하고 있지만 정치권은 너무 안이하다. 출자총액제한제 폐지를 골자로 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통과됐지만, 은행법 개정안은 법사위에 상정조차 안 됐다. 한시가 급한 비정규직법도 국회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상태다. 여야가 합의한 미디어법 관련 자문기구인 '사회적 논의기구'의 성격을 놓고도 여야가 딴소리다. 이러니 4월 국회가 열린다 해도 뭘 기대할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국회에서 지난해 12월 실시한 '국회 역할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0%가 우리 정치에 불만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정치불신이 한계에 달한 것이다. 정치인들이 조금이라도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검·경은 국회가 열리지 않는 이달 내에 국회에서 폭력을 행사한 의원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원칙에 따라 매듭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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