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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정원교] 제2 金 모으기


"국채 1300만원은 우리나라의 존망에 직결된 것입니다.… 2000만 인민들이 3개월 동안 흡연을 금지하고, 한 사람에게 매달 20전씩 거둔다면 1300만원을 모을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한매일신보가 1907년 2월21일자에 게재한 국채보상운동 취지서 중 일부다.

국채보상운동은 일본이 대한제국에 제공한 차관을 국민 스스로 갚고자 한 것으로 대구에서 태동해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일본의 차관 제공은 우리의 외교권을 박탈한 데 이어 경제적인 지배를 강화하기 위한 수순이었다. 당시 남자는 담배를 끊었고 여자는 가락지를 기꺼이 내놓았다.

1997년 말 IMF 외환위기가 닥치자 '신국채보상운동'이 불붙었다. 다름 아닌 금 모으기 운동이었다. 이 운동은 당시 서울지검 형사1부 이종왕 부장검사의 제안으로 검찰에서 먼저 시작됐다. 그 뒤 언론 캠페인 등에 힘입어 서민들부터 재벌그룹 회장, 종교인, 연예인, 스포츠맨 등에 이르기까지 전국적으로 350만명이나 금 모으기에 참여했다.

한 퇴역 장군은 10돈쭝짜리 '별'을 내놓았고 금니를 뽑은 할아버지도 있었다. 이를 통해 모아진 금은 21억3000만달러어치나 됐다. 그때 전체 외채 304억달러에는 크게 못 미쳤지만 온 국민이 뜻을 모았다는 것 만으로도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었다. 외국 언론들이 놀라움을 표시할 만도 했다.

일찍이 없었던 경제 위기를 맞아 일자리 나누기가 고용시장 활성화를 위한 '해법'으로 등장하고 있다.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자세만 있다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 그러나 아직은 자발성이 부족해 보인다. 기업들의 경우 대졸 초임 연봉은 깎기로 했지만 기존 직원들도 이에 가세한다는 움직임은 가시화되지 않았다. 공무원들도 비슷한 분위기다.

또 한 가지, 일자리 나누기에는 인력운용의 비효율성이 따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에 인턴 사원을 배치하기는 어렵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일자리 나누기가 '제2의 금 모으기 운동'이 될 수 있도록 전 국민이 참여해 달라고 호소했다. 정말이지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역사를 이번에 우리가 만들어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이에 동참하는 분위기가 절실하다. 마음만 있으면 기술적인 문제점은 해결책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정원교 논설위원 wkch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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