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온 칼럼] 김일성 3세 기사의 사진

혹시 보카사 1세를 아시는지? 잘 모르거나 기억이 안 나는 이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이렇다.

장 베델 보카사. 중앙아프리카제국의 황제. 재위기간 1977∼79년. 1961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군 지도자였다가 66년 쿠데타로 집권한 뒤 종신 대통령을 거쳐 정체를 제정으로 바꾸고 제위에 올랐다. 대관식에 무려 2억달러나 쓰는 등 사치와 절대권력을 휘두르다 역쿠데타로 쫓겨났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아프리카에서 '왕정복고'를 기록한 유일한 인물.

그런 보카사 1세의 뒤를 이어 이제 어쩌면 아시아판 보카사 황제가 나올지도 모른다. 북한의 '김일성 3세'.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지난달 25일 공식적으로 가능성을 밝힌 뒤 북한의 3대 세습은 기정사실화돼 가는 듯하다. 아예 세습을 전제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운 후계지명설이 확산되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진다. 3대 권력 세습이라면 그건 이미 왕조다. 암만 국호에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고 써 넣어 봐야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다. 그렇다면 이제 북한으로선 '칭제건원(稱帝建元)'만 남은 셈.

물론 3대 세습 가능성에 대한 반론도 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의뢰로 현대북한연구회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는 3대 권력 세습이 불투명하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그리고 그 이유로 김 위원장 아들들의 자질, 주민의 불만 고조, 권력 누수 등을 꼽았다. 또 김 위원장이 권력을 세습했던 70년대와 지금은 북한의 경제사정, 개방 정도 등에서 많이 다른 만큼 3대 세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 위원장 스스로 3대 세습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토로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즉 2005년 12월 보도에 따르면 그는 3대 세습이 김일성과 자신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국제사회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면서 후계자 문제를 일절 거론하지 말라고 측근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벌써 몇년전 이야기일 뿐.

김 위원장이 앓고 난 뒤 요즘 북한 매체들에는 '백두 혈통' '만경대 가문' 등 권력 세습을 시사하는 표현들이 넘쳐난다. 현재 북한이 세계에 을러대고 있는 미사일(자칭 인공위성) 발사도 김정일 3기 체제 출범 축하용이 아니라 (세습)후계자 굳히기에 따른 '축포'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김 위원장의 권력 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북한의 후계자론에 의하면 3대 세습은 필연이다. 후계자는, 단순한 최고 지도자가 아니라 사회·정치적 생명체의 최고 뇌수인 수령(김일성)의 혁명사상(주체사상)을 발전시키고 수령의 사업을 대를 이어 끝까지 완성해나가야 하므로 그에 걸맞은 인물은 수령의 혁명 가계(家系)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게 후계자론의 요지이기 때문.

말하자면 후계자는 수령과 동일시된다(동격은 아니지만)는 것인데 결국 김 위원장은 실질적으로 별개의 인물이 아니라 김일성 2세, 3대는 김일성 3세라는 얘기다. 그러고 보면 김일성 3세라는 호칭은 북한 공산왕조의 3대 세습 후계자에게 명실공히 딱 들어맞는 이름이 아닐 수 없다.

불쌍한 것은 북한 주민들이다. 이들은 지금껏 왕조의 지배에서 벗어나 민(民)이 나라의 주인이 되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누려본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조선왕조에서 일본제국의 식민지를 거쳐 이제는 공산왕조까지. 참으로 기박한 운명이다.

현대적 만민평등사상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래도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느냐"며 분연히 일어났던 고려시대의 프롤레타리아 만적이 오늘날 '프롤레타리아 지상낙원' 북한의 김씨 권력 세습 행태를 본다면 피눈물을 흘릴 게다.

논설위원 so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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