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개혁을 주도해온 KAIST 서남표 총장이 이번엔 민감한 대입 문제에 칼을 댔다. 2010학년도 입시부터 교장 추천, 심층 면접만으로 일반고생 150명을 선발하고 각종 과학 경시대회 수상 실적도 전형요소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파격적인 실험이다. 서 총장은 "학원 수업의 경우 시험만 잘 보기 위한 지식을 가르치고 학생들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교육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점수 기계가 된 학생보다 성적은 낮아도 창의력과 잠재력이 풍부한 학생을 뽑겠다는 것이다.

서 총장의 발표는 KAIST를 공교육 정상화의 선구로 삼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듯 하다. 그동안 공교육 정상화가 번번이 실패한 데는 낡은 대입제도가 단단히 한 몫을 했다. 대입전형이 내신과 수능 점수 위주에 머물다 보니 학생들은 단기간의 성적 향상을 위해 사교육에 매달릴 수 밖에 없었다.

이를 개선하려고 교과부가 입시사정관제 확대 등 '선진형 대입제도'를 추진해 왔지만 각 대학들의 굼뜬 반응과 복잡한 이해득실 계산으로 큰 진전이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 "점수 서열화 위주의 학생선발방식은 지양해가야 한다"고 누차 강조했지만 별무소득이었다.

이런 터에 나온 KAIST의 새 입시안은 그래서 더없이 신선하다. 각 대학이 구상 중인 대입개선안을 훨씬 뛰어넘는 선진적인 전형방식이기 때문이다. KAIST 입시안은 지지부진한 대입제도개선에 물꼬를 트고 새 바람을 몰고올 전망이다. 아울러 정부의 공교육 정상화 추진에도 힘을 보태게 될 것이다.

관건은 공정성의 확보다. KAIST는 교장 추천-입학사정관 방문평가-KAIST 교수진 심층면접 등 3단계 장치를 마련했지만 주관성이 개입되는 전형인 만큼 잡음이 일 여지는 상존한다.

따라서 단계마다 엄정하고 철저한 평가관리가 요구된다. 또 각 고교장들의 책임있는 추천도 필수적이다. 모쪼록 KAIST발 대입개혁이 다른 대학에도 확산되길 바란다. 성적 위주 교육만으로 우리 학생들이 인성과 창의성이 요구되는 미래 세계를 대비하도록 계속 내버려둘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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