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지난달 민간인 신분이었을 때 방북한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특별대표에게 김계관 외무성 부상 등 북한 고위 관리들이 제시했다는 핵 포기의 전제조건을 보면 북한의 핵 포기는 연목구어(緣木求魚)다.

보즈워스와 동행했던 모턴 아브라모위츠 전 미 국무부차관보에 따르면 북한측이 내건 전제조건은 한·미동맹 파기와 미국의 대한(對韓) 핵우산 제거 다. 한국은 물론 동북아 안보상황을 고려할 때 한·미 양국 입장에서 현실성이 전무하다. 이를 감안하면 북한이 김일성의 유훈이니 김정일의 강력한 의지니 하면서 아무리 '비핵화'를 강조해도 그것은 가장(假裝) 또는 위계(僞計)에 불과하다.

앞서 북한이 '기껏 폐기하려고 힘들여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을 때는 6자회담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한 수사(修辭)라고 간주할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주한미군 철수도 아닌 한·미동맹 파기까지 전제조건으로 들고 나왔다는 것은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또 그렇다면 6자회담이란 것도 결국 핵폐기 협상이란 명목 아래 시간을 끌면서 그 사이에 최대한의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한편 궁극적으로는 핵무기를 보유하기 위한 눈가림에 지나지 않는다.

북한이 일단 개발한 핵무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는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왜 그런가. 북한 처지에서 핵무기만큼 매력있는 카드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한 생각에 핵무기는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이자 먹고 살기 위한 최선의 협박용 카드라는 얘기다.

그러나 그것은 그릇된 판단이다. 오히려 핵무기는 북한을 붕괴시키는 첩경일 수 있다. 끝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북한의 고립은 심화될 것이고, 핵으로 협박을 한다거나 대가를 받고 핵 확산에 나설 경우 강력한 반격에 직면함으로써 파멸을 앞당길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얼토당토 않은 전제조건을 내거는 대신 6자회담이 진정한 핵폐기 협상이 되도록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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