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신경림 (25) 변호사·교사로… 주님이 키워주신 아이들

[역경의 열매] 신경림 (25) 변호사·교사로… 주님이 키워주신 아이들 기사의 사진

아이들에 대해서는 나는 늘 미안한 일뿐이다. "애들 어떻게 키웠어요?"라고 물어보면 나는 우스갯소리로 "방목했어요"라고 말한다. 우리 아이들은 정말로 하나님이 키워주셨다.

아이들 때문에 벌벌 떠는 부모들을 보면 이렇게 얘기한다. 우리가 아이들의 삶을 책임질 순 없다고, 24시간 아이들의 삶을 지킬 수도, 대신 살아줄 수도 없다고…. 단지 하나님께 아이들을 맡기는 것이 최선일 뿐이라고 말한다.

우리 아이들은 자립심이 강하고 둘 다 리더십이 탁월하다. 스스로 일을 처리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큰아이인 상민(32)이는 조지 워싱턴 법대를 우수 학생으로 졸업하고 버지니아 주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상민이는 법대 2학년 때 로펌에서 인턴십을 했는데 인턴십을 마치자마자 졸업하면 같이 일하자는 '취업 보증수표'를 받았다.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예지(30)는 4년제 대학을 3년으로 앞당겨 조기 졸업했다. 또 풀타임 교사로 일하면서 대학원 과정도 마쳤다. 일을 하면서 대학원 공부를 하는 데도 1년6개월 만에 마쳤다.

아이들이 이렇게 잘하고 있지만 그래도 난 늘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예지가 결혼을 앞둔 어느 날, 나는 갑자기 통곡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잘하지 못했는데, 하나도 제대로 해준 것이 없는데 이제 결혼해 내 곁을 떠나니 이 일을 어쩌나. 미안해서 어쩌나.' 아들의 결혼을 앞두고도 가슴이 미어졌다. '엄마를 용서하지 마. 엄마가 너무 잘못했어.'

그런데 아들이 갑자기 밖에서 만나자고 했다. 나갔더니 내 옷을 하나 사주겠다고 마음대로 고르라고 한다. 결혼식 전날 예행 연습 후 사돈댁 식구들, 들러리들과 함께하는 만찬에서 입으라고…. 사랑은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우리 집엔 적용되지 않는 것 같다.

아들이 아메리칸대에 다닐 적에 그 대학 학생이 나를 인터뷰하러 왔다. 리더십 관련 수업시간에 발표할 과제가 있는데 내 얘기를 발표하고 싶다는 것이다. 나는 넌지시 우리 아들을 아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 학생 하는 말이 이랬다. "그럼요, 상민이가 어머님을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그리고 어머니 이야기를 할 때는 언제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지는 걸요."

그 학생의 말에 얼마나 위로를 받았는지 모른다.

애교가 유독 많은 딸은 출장 떠나는 나를 가끔 공항에 데려다주면서 자기 사진 뒤에다 무언가를 써서 나게에 주곤 한다. "비행기에서 봐, 엄마"라고 말하면서. 그 사진 뒤를 보면 "엄마, 아프지 말고 잘 다녀오세요. 내가 얼마나 엄마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지 몰라요. 엄마 하는 일 굉장히 중요하니까 그 일 잘하고 오세요"라고 적혀 있다.

나에게 자녀 교육의 비결을 묻는 이들이 종종 있다. 나보다 더 잘 기르실 하나님께 맡기고, 부모는 그저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 되는 것 같다고 대답한다. 책을 많이 읽는 부모를 보고 자란 아이들이 자연스레 책을 가까이하게 되는 것처럼.

두 아이가 네 아이가 되었다. 든든하고 믿음직한 우리 사위, 너무나 예뻐 쳐다보기도 아까운 우리 며느리. 지난 설에 며느리가 세배 와서 음식 준비하는 내게 스스럼없이 말했다. "어머니, 우리 게임하고 놀아요." 좋으신 하나님, 참 좋으신 나의 하나님!

정리=이경선 기자 boky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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