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한마당

[한마당―손수호] 워낭 소의 무덤


경북 구미시 산동면 인덕리에 의우총(義牛塚)이 있다. 지방민속자료로 지정된 소 무덤이다. 봉분과 비석에다 길이 6.88m 화강암 의우도가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옛날 이 마을에 살던 주민 김기년의 사연이다.

起年耕田(기년이 밭을 갈다) 虎搏其牛(호랑이가 소를 공격하다) 虎搏起年(호랑이가 기년에게 달려들다) 牛觸其虎(소가 호랑이를 들이받다) 虎釋起年而走(호랑이가 기년을 풀어놓고 달아나다) 人病牛役(사람은 병들고 소는 일을 계속하다) 人亡牛斃(기년이 죽자 소도 따라 죽다).

조선조 숙종 30년(1704)에 조구상(趙龜祥·1645∼1712)이 펴낸 목판본 '義烈圖' 중에서 '義牛圖' 8장면이 전하는 개략이다. 여기에다 '義牛圖序'에는 기년의 유언이 실려 있다. "호랑이 뱃속을 모면한 게 누구 덕이겠느냐. 내가 죽더라도 이 소는 팔지 말라. 소가 늙어 죽는다 해도 고기를 먹지 말고, 내 무덤 옆에 장사지내라." 주인이 죽던 날, 소는 물과 여물을 끊은 채 사흘 밤낮을 안절부절못하다가 죽었다.

근래 들어 유명한 것은 경북 상주군 사벌면 삼덕리의 누렁이다. 1987년생인 소는 1993년 5월 자신을 아끼던 이웃집 할머니(김보배)가 숨지자 고삐를 끊고 할머니 묘소에 달려가 눈물을 흘렸고, 홀로 빈소를 찾기도 했다. 2007년 1월 누렁이가 죽자 주민들은 꽃상여에 태워 이웃처럼 장례를 치렀고, '崇義牛公之墓' 비석과 의우총을 만들어 주었다.

공전의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영화 '워낭소리' 주인공에게도 의우의 덕목이 있다. 우시장에 매물로 나가는 날에 단식하는 장면, 수레에 탄 주인이 술에 취해 잠에 빠졌는데도 먼 길을 걸어 집으로 안전하게 모신 일, 평균보다 갑절이나 넘는 40년을 살면서 주인을 도운 일, 마지막 순간을 장엄하게 맞이한 일, 그리고 200만명 넘는 관객이 영화를 통해 공감한 일 등이다.

요즘 '워낭소리'와 관련된 잡음이 많다. 대통령이 관람했으니 인디영화가 아니라거나, 다큐치고 연출이 과도했다거나, 불법파일이 돈다거나…, 모두 소의 삶과 무관하다. 봉화에 있는 소 무덤에 조촐한 비석이나 하나 세워주자. 주인에게 충성을 다했으니 이름하여 '忠牛塚'. 농경사회의 마지막 의례가 아닐까 싶다.

손수호 논설위원 namu@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