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전환기에 들어선 듯하다. 그간 민노총은 강성 노조의 대부 역할을 도맡아 왔으나 최근 산하의 주력 노조들이 기존 노선에서 속속 이탈하고 있다. 글로벌 위기에 따른 노사 상생의 절실함이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투쟁 일변도의 민노총 노선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라고 하겠다.

5년 전 투쟁 노선 차이로 민노총 금속연맹에서 제명된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달 임단협을 사측에 위임했고 이에 사측은 고용 유지로 화답했다. 뒤이어 나온 노사 공동선언은 노사관계의 새 지평은 연 격이다. 금속연맹의 주력 노조인 현대자동차지부도 지난 5일 일자리 나누기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이 외에도 여기저기서 노사 화합선언이 줄을 잇고 있다. 최악의 경제위기 속에서 노조가 일시적으로 권리를 포기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본질은 훨씬 깊은 데 있다. 민노총은 지난달 지도부의 총사퇴를 부른 핵심 간부의 조합원 성폭행 미수 및 은폐 의혹이 상징하듯 이미 말기적 증상을 보이고 있다.

민노총 초대 사무총장 권용목씨의 유고집 '민주노총 충격 보고서'를 보도한 7일자 조선일보에 따르면 공금 횡령, 뇌물 요청 및 유용, 취업 및 수의계약 알선 대가 수수, 각본에 따라 파업을 유도하는 비이성적 회의 등 노동권력의 치부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민노총의 존재이유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민노총 산하 서울지하철 노조가 지난 6일 대의원 대회에서 조합비 축소를 결의한 것도 투쟁 중심의 민노총 노선과 무관하지 않다. 이념적 투쟁에 노조를 동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그 배경이다. 그런가 하면 현재 인천지하철노조는 민노총 탈퇴를 추진하고 있을 정도다.

이제는 민노총이 산하 노조들의 요청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이념 중심의 정치투쟁에서 벗어나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회의 기대에 부응하는 책임 있는 사회구성원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조합원들만 싸고 도는 배타적 행태에서 벗어나 민노총은 사회공헌과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는 이 사회의 중심에 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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