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신경림 (26) ‘바른 목회자로 자랄 학생 영입’ 입시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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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쯤이다. 미국에서는 신학교들이 교회와 별 연계가 없었다. 하지만 웨슬리 신학교는 달랐다. 학교는 교회 중심의 신학교, 즉 교회를 돕고 살리고 이끄는 신학교가 돼야 한다고 결정하고 그 일을 나에게 맡겼다. 처음 맡아보는 일이라 먼저 이러한 일을 한 학교의 모델들을 연구하려고 했지만 케이스를 찾을 수가 없었다. 막막했다. 그래도 '우리 학교가 이걸 잘 하면 모든 신학교가 교회를 돕는 신학교가 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니 힘이 솟구쳤다.

다른 신학교에서는 안 될 거라며 지레 겁을 줬다. 어찌됐건 나는 일단 해보기로 작정했다. 이럴 때는 오히려 나처럼 미국의 역사와 전통을 잘 모르는 사람이 낫다고 생각했다. 모르면 용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 가지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 중에 지원자를 학교가 앉아서 기다리지 않고, 직접 찾아가는 선발 방식이 히트를 쳤다. 미 감리교에서는 일단 목사가 되면 목회지를 보장받는다. 좋은 점도 있지만 목회를 잘 못하는 목사들도 계속 교회를 맡을 수 있어 문제도 있다. 역량이 부족한 목사들이 교인들에게 환영받지 못해 교회를 계속해서 옮겨 다닌다. 그 과정에서 여러 교회를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 당시 미 감리교내 핫이슈였다.

교회와 교단에서는 신학교에서 좋은 목회자를 양성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는 신학교가 좋은 학생들을 받아야 좋은 목회자를 양성할 수 있지, 자질이 없는 학생들을 받아 좋은 목회자로 졸업시키는 것은 어렵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럼 좋은 학생은 어디 있을까? 교회였다. 좋은 학생을 아는 사람들은 교회 목회자와 교인들이었다.

우리는 '웨슬리 주일'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교수와 학생들이 교회 현장에 직접 찾아가 소명을 주제로 설교를 하며 '여러분 교회나 주위에서 누가 목회를 하면 가장 잘 할까'라는 질문지를 돌려 대상자들을 확보하는 일이다. 리스트를 받아 우리는 직접 연락을 해봤다. 앉아서 서류만으로 심사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좋은 학생들이 점점 늘어났다. 수준도 높고 소명의식이 있는 학생들이 기대 이상으로 많았다. 많은 학생들은 "예전에는 소명을 받았지만, 확신이 없어서 결단을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다른 분들이 나를 추천했다는 말을 들으니 용기가 나는군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프로그램은 성공적으로 정착됐고 타 학교들도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학교가 나날이 발전하는 동안, 내 나이는 어느새 50세에 가까워져 갔다. 이젠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일기 시작했다. 그동안 마치 누가 나를 집어서 물 속에 던져 넣은 것처럼 빠져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느라 내가 어디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도 생각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일도 많았지만 남편 교회 목회도 너무 돕고 싶어 최선을 다해 참여하다 보니 다른 교수들이 생생하게 출근하는 월요일에 나는 파김치가 되어 학교로 가곤 했다.

그래서 나는 학교측과 의논을 했다. "나흘은 일하고 하루는 쉬고 싶다"고. 총장은 그런 나에게 "원하면 해줄 수는 있는데 아마 당신은 월급은 4일치 받고 일은 5일치 할 거다"라며 만류했다.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었다.

정리=이경선 기자 boky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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