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를 맞아 일자리 나누기가 고용시장 활성화를 위한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천만다행이다. 기업들이 일자리 나누기를 한다면서 대졸 초임 연봉을 깎아 인턴 사원만 뽑는다는 지적도 한때 있었으나 이제 정규직 사원 선발을 늘리는 곳이 등장하고 있다. LG 등 대기업들은 청년실업 완화에도 기여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준비한다는 차원에서 일자리 나누기에 나섰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일부 공공기관 기관장 임금이 지난해보다 오히려 늘어난 것은 시대착오적이다(본보 9일자 2면).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8일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문화부 산하 26개 기관 중 6개 기관장의 올해 기본 연봉이 지난해보다 올랐다. 이들 기관 가운데 기관장 기본연봉을 아직 책정하지 못한 곳을 빼면 기본연봉이 동결된 기관은 13곳, 삭감된 기관은 4곳에 불과했다.

공기업들이 일자리 나누기에 동참한다는 차원에서 신입 사원 임금을 인하해 놓고도 이런 모습을 보인 것은 어떤 논리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더욱이 이들 기관장의 연봉은 성과급 등을 포함하면 대다수가 1억원을 넘는다. 공기업 기관장과 임원들은 임금 삭감에 나서지 않으면서 일자리 나누기를 말한다면 호소력이 있을까.

지금의 경제 위기는 전례가 없는 일인 만큼 너나 없이 고통을 분담하지 않으면 극복하기 어렵다. 일자리 나누기가 IMF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처럼 시대정신이 반영된 운동으로 자리잡기를 바란다면 더욱 그렇다. 그런 면에서 한국토지공사 직원들이 대한주택공사와의 통합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 위해 집단 휴가를 낸 것도 밥그릇 챙기기에만 몰두한 이기적인 행위로 지적받을 만하다.

올해 신입 사원을 당초 예정보다 1000명 늘려 뽑는 LG의 경우를 보자. 임원 연봉을 직급에 따라 기본급 기준 10∼30% 삭감하고 대졸 신입사원 임금은 지난해보다 5∼15% 줄이기로 했다. 임원들의 임금 삭감률이 더 높다. 민간기업도 이럴진대 일자리 나누기를 선도해야 할 공기업 기관장들이라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더욱 분명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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