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신경림 (28) ‘목회자 기근’ 남미 등에 신학교수 파송

[역경의 열매] 신경림 (28) ‘목회자 기근’ 남미 등에 신학교수 파송 기사의 사진

아프리카 감독님들이 반색하며 답을 해줬다. "아프리카에는 목회자가 모자라 목사 한 명이 교회를 13∼15개씩 맡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목사들이 과로해 빨리 병에 걸리거나 빨리 죽고요. 거기다 제대로 된 신학교가 없어 목회자 수도 모자랍니다. 그런데 가장 능력 있는 사람들을 미국 신학대에 보내면 다시 돌아오지 않아 우리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습니다. 웨슬리신학교가 도와준다면 정말 큰 힘이 되겠습니다."

뭔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간은 '세계 선교를 교회도 아닌 신학교가 굳이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쪽이었다. 하지만 선교사들이 아무리 씨를 뿌려도 현지 목회자 양성이 안 되면 그 씨들이 자라고 열매 맺기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목회자 교육과 양성은 교회나 선교 단체가 하기 어렵고 꼭 신학교가 해야 할 부분이었다.

당시 필립 젠킨스가 쓴 '더 넥스트 크리스텐덤'이라는 책자에는 2025년이 되면 기독교인의 과반수가 적도 남쪽에 있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와 있었다. 많은 학자들이 이에 동의했다.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기독교 인구는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유럽은 줄어들고 있으며, 북미는 소폭의 증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목회자 수급률은 전 세계 목회자의 3분의 2가 전 세계 기독교인의 3분의 1을 섬기고 있다고 했다. 기독교가 줄거나 늘지 않는 지역에는 너무나 많은 목회자가 있는 반면 기독교가 급증하는 곳에는 목회자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실제로 선교지에서는 신학과 교리를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교회를 세우고 목회를 하고 있어 과연 기독교가 전파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이단들이 만들어지고 있는지 모를 형편이었다.

교수 회의 때 이 문제를 언급했다.

우리 교수들은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나는 세계를 다니기 시작했다. 현지에 직접 가서 목회자 양성이 시급한 곳을 찾아냈다. 그곳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주고 교수들을 '파송'하면서 변화를 만들어나갔다.

카자흐스탄에 갔을 때 얘기다. 백인 교수 한 명과 한국인 목사 2명과 함께 갔다. 카자흐스탄은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이기 때문에 인접 국가인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의 교회 지도자들을 모아서 함께 교육할 수 있었다. 이들은 모두 러시아어를 쓴다. 통역이 쉬는 시간에는 우리들끼리 앉아 러시아어, 한국어, 영어를 총동원해 대화를 나눴다. 공식적으로 예배가 금지되어 있기에 매번 예배 처소를 옮긴다는 우즈베키스탄 사람의 말을 우리 미국인 교수가 들었다.

"만약 걸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그는 되물었다. 우즈베키스탄 사람이 고려인에게 러시아 말로, 고려인이 내게 다시 한국말로, 내가 우리 교수에게 마지막으로 영어로 전해준 답은 "걸리면 매 맞기를 기도한다"는 것이었다. 통역이 잘못된 줄 알고 다시 묻는 우리에게 돌아온 대답은 "경찰한테 잡히면 감옥에 갇히게 되고, 그러면 일자리를 잃게 되는데 어떤 때는 매를 때려 훈방하기 때문에 잡히면 매 맞기를 기도한다"는 것이었다. 먹고 살아야 하니 감옥에 가느니 매를 맞더라도 훈방되는 게 낫다는 말이다.

정리=이경선 기자 boky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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