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9일 라디오 연설을 듣고 갑갑함을 느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외국은 경제살리기에 여야가 따로 없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야 옳지만 그런 말을 했다고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야당의 고질적인 반대를 나무라는 것도 한두 번이다.

근본적으로 대통령이 국회를 보는 시각이 비정상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인명진 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이 "그 나라의 여당은 야당에 어떻게 하고 있는지, 그 나라 대통령은 야당 지도자와 국민에게 어떻게 하는지 살펴봤는지 궁금하다"고 반문한 게 이를 대변한다. 한 가지 추가하자면 그 나라의 대통령은 여당과 여당 지도자에게 어떻게 하는지도 살펴봤는지 궁금하다.

이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탈(脫) 여의도 정치를 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렇다고 지난 1년간 의회의 비능률과 소모적 정쟁을 개선해보려는 정치개혁 노력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대통령의 막연한 정치불신은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과의 소통까지 불편하고 어색하게 만들었다. 야당 대표와의 대좌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나 역대 정권의 여야 영수회담과는 달리 소득없는 의례성 행사에 불과했다. 나라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자는데 야당이라고 반대만 하겠는가. 아무것도 주는 것 없이 자기 생각만 말하니 상대는 귀를 씻고 나오는 것이다.

지난 2월 국회 쟁점법안 처리를 놓고 야당 대표에게 협조를 부탁하는 일은 한승수 총리의 몫이었다. 한 총리는 어제도 국회의장과 한나라당 대표를 찾아가 추경예산 처리를 논의했다. 대통령이 외국의 여야 협력 사례를 강조한 만큼 이제 국회의 협조를 구하는 행위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실용주의는 대통령이 할 일을 총리에게 맡기는 게 아니다.

대통령의 정치 불신이 정치인과의 접촉을 꺼리는 이유여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몸을 아끼는 게 초당적 지도자로 격을 높이는 일도 아니다. 지금 같은 방식이라면 스스로를 한나라당 주류파의 대표로 격하시킬 따름이다. 대통령이 달라지지 않으면 국회도 달라지지 않는다. 경제를 살리고 정권의 실패를 막으려면 먼저 대통령의 국회관이 정상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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