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신경림 (29) 멕시코 신학대와 담판 오지에 분교 설립

[역경의 열매] 신경림 (29) 멕시코 신학대와 담판 오지에 분교 설립 기사의 사진

미국인 교수가 생각이 많아졌는지 말이 없어졌다. 학생들은 하루 종일 강의를 듣고도 모자라 저녁식사 후에는 자기들끼리 모여 러시아 말로 두 시간씩 예배를 드렸는데, 그날 이후 그 교수는 매일 저녁 그 예배에 참여해 하나도 못 알아들으면서도 은혜를 나누곤 했다. 그 교수는 나중에 우리 교수회의에서 자기의 경험을 나눴다. "아직도 세상에 이런 곳이 있습니다."

우리 교수들은 이렇게 현지 상황을 직접 접하면서 글로벌라이제이션 프로젝트에 기꺼이 동참했다. 그리고 내가 지구촌 어느 곳이든 가서 강의를 해달라고 하면 흔쾌히 짐을 꾸려 해당 국가로 이동했다.

사실 미국에서 강의하면 우리 교수들은 한 주일에 4000달러는 받는다. 그런데 전혀 사례비 없이, 샤워 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 가서 기꺼이 가르치는 우리 교수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내가 선교지를 위해 만들려고 하는 프로그램들은 미국 교수들 기준으로 보면 '이상한' 것들인데도 나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잘 따라준다. 하나님께서 이 사람들과 17년간 좋은 관계를 맺게 하신 이유가 바로 이 일을 위해서인 것 같다.

한 번은 멕시코 유카탄이라는 곳을 갔다. 마야 후손이 사는 지역이다. 마야 후손은 멕시코인들에게도 차별받는 소수민족이다. 이곳에 한국 선교사 한 분이 회중모임을 여러 곳에 만들어 놓았는데, 그들을 위한 지도자 교육이 시급해지자 미국의 한인 교회 목사님들에게 부탁해 1년에 두차례 교육을 시키고 있었다. 어느 정도는 지원자들에게 회중모임을 위한 지도자로서 교육을 시킬 수는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기존 교회 교단 목사로서 안수를 못 받기 때문에 목회가 힘들어지면 언제든지 목회를 그만둘 수 있는 일이었다. 그들을 교육하던 동료 목회자들은 어떻게 하면 이들에게 안수를 줘 교단에 확실하게 소속시킬 수 있을지를 걱정하고 있었다.

멕시코에도 감리교가 있다. 그런데 그곳 감독은 현지 선교사가 부탁을 해도 유카탄 지역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멕시코시티에 있는 감리교신학교 총장과 학장에게 연락해 멕시코 감독과 같이 만나자고 요청했다. 이런 때엔 내가 미국 신학교 부총장인 것이 유리했다.

교단 감독님에게 말했다. "지금 유카탄에 13개 교회가 생기고 13명이 목회자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만 이들이 어떻게 안수를 받아 감리교단에서 일할 수 있겠습니까?" 감독은 "정규 신학교를 나와야 합니다"라고 답했다. 유카탄에서 멕시코시티에 있는 감리교 정규 신학교를 다니려면 차로 25시간을 이동해야 했다. 비행기는 너무 비싸 감독조차 타고 다니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번엔 학장에게 물었다. "혹시 분교 만들 생각 없으세요?" 학장은 "분교는 만들 수 있지만 교수가 없어요. 풀타임 교수는 저 혼자뿐이고 나머지는 동네 목사님들이십니다"라고 했다.

나는 다시 물었다. "그럼 만약 우리 웨슬리에서 교수진을 보내고 모든 것을 책임지고 운영한다면 졸업장을 줄 수 있겠습니까?" 학장은 쾌히 승락했다. 그런데 그 다음날 아무래도 안 되겠다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유카탄 분교 교수진은 전부 미국의 박사들이고 자기네 학교는 지금 그대로라면 누가 본원에 오겠느냐는 것이다. 나는 일리가 있다 생각하고 이렇게 말했다. "본토에서 오는 학생은 안 받겠습니다." 새로운 비전이 보였다.

정리=이경선 기자 boky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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