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칼럼] 국민을 학대해도 유분수지… 기사의 사진

국회의원들이 상임위 회의실 문을 부수거나 의사당내 이곳저곳의 기물을 파손한 데 따른 피해액이 3415만원에 이르렀다. 국회 사무처측이 1월 임시국회 후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에 변상을 요구했더니 "한나라당과 사무처의 불법행위에 따른 파손"이라며 거절했다고 한다. 일전 어느 신문에 나기로는 그렇다.

언제부터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에게 '폭력적 응징' 혹은 '폭력적 대응'의 권리를 부여하는 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었는지 의아하다. 국회의원들만 그런 권리를 가졌는지, 일반 국민 또한 그런 '폭력적 대응권' 같은 것을 행사할 수 있는지도 궁금하다. 국회의원 여러분, 혹 그런 법을 만든 기억이 있습니까?

폭력 정당성 강변하는 정당

그래도 그렇지. 일단은 파손 당사자들이 변상을 하고, 다음에 그 같은 행위를 유발한 측에 대해 구상권(정말 그런 게 가능하다면)을 행사하든지 말든지 하는 게 순서고 도리다. 아예 물어줄 생각이 없어 보이는 해당 정당들의 이 몰염치한 태도는 어떤 의식이나 심리에서 연유하는가.

필경 국민의 돈으로 수리하고 교체했을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비용, 세비, 보좌관 및 비서관 월급, 국회 사무처 유지비, 의사당 의원회관 국회도서관을 비롯한 거대한 시설 유지·관리비용, 국회의원 예우비용…. 그런데 국회의원 가운데 상당수와 일부 정당은 그것으로도 부족하다고 해서 국민에게 억지로 싸움질, 악다구니를 보고 듣게 하는가 하면 의사당 파괴행위를 일삼고는 그 복구비용마저 국민에게 물린다. 구경 값인가?

더 한심한 일은 국회의장의 엉뚱한 배려다. 김형오 의장이 2월 임시국회 폐회 이후 공식 일정에 따라 해외 출장에 나선 국회의원들에게 '장도 격려금'이라면서 1000달러씩 지급하고 있다는 보도다. 이달에만 14개 반에 70∼80명이 해외출장계획을 세워놓고 있다던가.

회기 중에는 싸우느라 시끄럽고 휴회 중에는 외국 나가느라 요란스럽다. 게다가 정당과 국회의원들의 이 같은 행태를 개탄하던 의장은 오히려 격려금을 준단다. 잘 싸우고 잘 부쉈다는 격려인지, 외유 즐기라는 격려인지 그걸 좀 말씀해주시지요. 물론 의장님 지갑에서 나간 돈은 아닐 테고 그 역시 국민 돈일 텐데 말입니다.

국회의장 주머닛돈 아닌데

심사가 뒤틀리는 김에 4·29 보궐선거 준비하는 정당 및 예비후보 여러분에게도 몇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일부 정당의 경우 국회 의석이 몇 석이든 실제 의정 과정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고 여기는 것 같던데 왜 그처럼 선거에 신경을 쓰는지 이해가 안된다. 떼쓰기, 완력쓰기, 문 걸어 잠그기나 부수기만 잘 하면 이기는 게 의정 아니던가.

예비후보들에게는 당선된 후 절대로 정당 리더라는 사람들의 돌격대, 거수기 노릇 안 할 것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대표로 뽑혀 국회에 가더니, 소속 정당의 분위기에 휩쓸려 일당 받는 행동대원 같은 역할이나 하는 일부 선배 의원들을 닮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도 알고 싶고.

또 한 가지! 지난 일요일 KBS TV는 '10대 욕에 중독되다'를 방영했다. 극히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의 청소년들이 욕을 일상의 언어로 사용하고 있는 실태를 담은 프로그램이었다.

좀 억지를 부려 말하자면 그 책임도 정치인의 몫이겠다. 적어도 영향을 미친 점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보궐선거 예비후보들부터 우리의 다음세대에게 올바른 언어생활의 모범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정치언행의 정화에 앞장서겠다는 서약을 먼저 하고 후보등록을 하는 모습 기대합니다, 예비후보 여러분!

논설고문 jing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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